새벽에 내리던 비는
아침으로 넘어가며 진눈깨비 되었습니다.
그리고 눈, 봄눈이더이다.
다시 비.
하루치기 서울행.
“성빈아, 잘 지내고 있어야 해.”
류옥하다 선수에게도 각별히 당부합니다.
형아가 있으니 잘 지내리라 싶지만
아직 어른 손이 가야 하는 초등 1년이기도 하여
눈 내리는 대해리가 자꾸 돌아봐집디다.
비 내리는 읍내 기차역,
그리고 내내 젖은 철길을 달렸네요.
계자 막 끝내고였지요.
계자 동안 너무 오래 활자를 보지 않았다며
선정샘이 신문을 들었더랬습니다.
신문...
평소 이곳에서의 신문 독자는 겨우 아이입니다.
그가 전하는 세상 소식,
때로 걸러들어야 하지요.
정기적으로 오는 잡지 ‘녹색평론’과 ‘씨알의 소리’는
겨우 제목만 읽습니다.
‘주간경향’은 아이가 대상자이지요.
그렇다고 책? 그것 역시 도서관에서 간간이 빌려
채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반납되기 일쑤랍니다.
아, 책이여, 종이활자여, 너무 오래 만나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보는 주간경향을 챙겨 기차에 올랐지요.
아, 세상은 이런 이야기들로 채워가고 있구나...
그런데 참 신통한 건,
세상은 어떤 식으로든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사람살이라는 겁니다,
그 용어는 낯설고, 상황은 다르며, 견줄 수 없이 엄청난 기계적 진보를 이루었으나.
어제 읽은 듯 오늘 읽었습니다.
하기야, 아둔하여 그리 느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려.
신라호텔 만찬에 받은 초대였습니다.
10년을 돕겠다고 했고 그리 한 오랜 논두렁이고
이제 아주 가까운 벗이고 제 가난한 삶의 조언자랍니다.
무엇보다 당신을 만나는 건 유쾌한 일입니다.
아주 긴 시간이 그냥 흐르지요.
그렇다고 그저 웃고 떠드는 게 아니라
비로소 세상과의 균형을 그 만남에서 잡습니다.
간 걸음 오정택 선생님도 만납니다.
강의는 샘이 하고 강의료는 제가 챙긴 셈 되었더라지요.
늘 보태주시는 살림은, 뜻밖입니다.
고맙습니다.
당신의 삶에서 물꼬에 보탠 손이 자랑스럽도록 잘 살아야지,
늘 다짐하게 하는 당신이시지요.
건강하시길, 오래 뵙고 싶으므로.
이야기에 너무 빠져 기차를 놓치고 다시 이야기가 이어졌더랬습니다.
하여 자정 넘어 영동역 도착.
계자 기록이 계속 밀리지 않도록 하자던 주입니다.
그리하여 다시 하루치를 써서 보태었지요.
새벽 4시에야 마당을 건너갑니다.
길었던 하루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