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나 잘 먹는 아이들이나

그래도 한 아이 더해 있으니 먹을 것들을 더 살피게 됩니다.

즐거운 밥상 차림이라지요.

 

“택배예요!”

“아니, 이 밤에 무슨...”

지난 밤 열시 갓 넘어 기차에서 받은 전화였습니다.

“바빠 죽겄어요.”

때가 때일 테지요, 설이 낼모레입니다.

“어디셔요?”

대해 골짝 끝마을 돌고개에서 되짚어 내려오는 길이라지요.

“잠깐만 나와 주시면...”

소사아저씨한테 전갈했더랍니다.

그런데, 간밤 자정 넘어 학교 들어와

가마솥방도 기웃거리고 교무실도 둘러봤지만

왔을 물건이 뵈지 않는 겁니다.

갸우뚱거리며 사택에 들어서니

거기 책상 위에 놓여있었지요.

황선미님 보내주신 것이었습니다.

아이로 맺은 인연,

몇 해째 명절을 그리 챙겨주고 계십니다.

늘 어쩜 그리 적절하고 요긴한 것들인지,

그 마음씀에 놀랍고 고마웠습니다.

 

서울의 성미산학교 준환샘이 다녀갑니다.

설을 쇨 과일을 다 내려주었네요.

지난 봄 학기 내내 이곳에서 지냈습니다.

든든했던 그이고,

선한 이가 좋은 교사란 걸 충분히 보여준 그였지요.

“아들도 아닌 것이 사위도 아닌 것이...”

어찌나 반갑던지요.

“하다 글을 못 실어서 죄송해요.”

아이들 글을 엮으며 이곳에 사는 류옥하다 글이 빠졌댔지요.

여기선, 그러려니 한 것을

일을 주관하던 처지에서는 맘에 걸렸던 모양입니다.

눈이라도 묻어오는 듯하여 갈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들어오는 저녁 버스에서 내릴 기락샘을 보고 가도 좋으련.

 

설 전 하리라던 청소를 오늘 부랴부랴 하였습니다,

마침 들어오는 이들도 있어.

(가마솥방 선반에서 후두둑 떨어지는 물건들이 있습니다.

유진샘의 어머니가 계자 가운데 보내오신 손크림도 거기 있습니다.

지난 여름엔 다녀가시며 전자렌지를 보내오셨더랬지요,

부엌살림에 긴요할 것이라며.

거듭 고맙습니다.)

기락샘도 설 쇠러 들어왔네요.

소사아저씨는 내일부터 열흘 설 나들이를 나설 참입니다.

 

‘역사가 창조적이려면, 또한 과거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가능한 미래를 예견하려면, 일순간 스쳐 지나간 일일지언정 사람들이 저항하고 함께 참여하고 때로는 승리하는 능력을 보여줬던 과거의 숨겨진 일화들을 드러냄으로써 새로운 가능성들을 강조해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 하워드 진, <미국민중사> 가운데서

그래서 우리는, 설혹 승리하지 못한 역사일지라도

참여한 역사들이 이룬 일화들을 오늘에 더듬는 것일 것.

선배들이 발해 1300호 추모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부자 아니어도 돈이 제일 쉽다 싶어요.

멀리서 마음과 함께 보탰더랍니다.

물론 걸음할 겁니다.

올해는 2월 4일 흙날부터 5일 해날.

첫날이야 만남일 테고,

다음날 11시 추모제.

지난 11월 빈들모임이 있었던 부암동 일대에서입니다.

우리는 다시 옷깃 여미며 곧추설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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