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1.흙날. 잔 비

조회 수 1001 추천 수 0 2012.01.31 01:53:48

 

 

어제부터 사택 고추장집에서 지냅니다,

온수가 나오는 된장집에서들 씻고.

어차피 보일러 얼지 말라고 연탄 한 칸은 넣어야 하니

따로 불을 때야하는 것도 아니라 덤으로 난방이 되는 방이지요.

게다 이번 겨울은 이리저리 단도리를 좀 했더랬답니다.

겨울 계자 첫 일정에선 남자 아이들 잠자리로도 썼고.

“옥샘, 저희 방 진짜 따뜻해요. 여기서 주무실래요?”

낮에도 이불 속에서 책 좀 보겠다 올라가니 성빈이가 또 그럽니다.

“옥샘, 저희 방으로 가서 ‘구들더께’ 하세요.”

겨울 계자에서 꼭 가운데쯤에 있는 시간이 바로 구들더께.

한낮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고 구들을 지고 뒹굴거리며

도란거리거나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는 시간.

아이들 입에서 그런 우리말이 동동거리는 걸 보면 배시시 웃음이 흘러내립니다.

 

해질 녘 온 동네가 들썩거렸습니다.

잔 비도 내리는데 말이지요.

한 시간을 넘게 기락샘과 아이들이 강아지를 잡으러 다녔습니다.

드디어 항의가 들어왔더랬거든요,

이웃집 남새밭을 헤집는다고.

장갑도 물어가고 수세미도 물어갔다나요.

금세더랍니다.

이제 더는 미룰 수가 없게 되었지요.

묶을 때가 된 겝니다.

그 사이 안아 들어 올릴 수도 없을 만큼 커버린,

강아지란 말이 무색해진 그들이지요.

류옥하다는 언제 광견병 주사 맞칠 거냐 독촉을 하고...

머리 다 젖도록 좇아다니고도 겨우 한 녀석을 붙잡았습니다.

허나 곧 풀어주어야 했네요.

쫄래쫄래 다니다 그리 묶이니 그 몸부림이 어떠했을지요.

“이제 좋은 세월 다 갔다.”

모다 내일을 잔뜩 벼릅니다.

 

밤,

장안에 화제가 됐던 지나간 영화도 한편 보아요.

설 연휴란 말이지요, 영화가 있어야 하는.

실제 한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일어난 성폭력과 학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청각, 시각 장애인들은

분노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을 바로 그 영화.

한글자막 혹은 화면해설을 하는 상영극장이 거의 없으니.

장애인의 문화접근권은 당연히 보장돼야 하는 기본권이지요, 헌법상의.

명색이 문화국가 아니더이까.

국가는 문화국가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의무가 있고,

그 노력의 의무 중 하나에는 장애인 등 문화적 약자 보호의무가 포함되다마다요.

그래서?

당연히 편의증진보장법이 규정하고 있는,

전체 관람석의 1% 이상을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관람석을 설치하고 있는가,

현행법상의 편의시설 설치기준이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가,

정기적인 평가와 모니터링을 통한 시정요구와 계몽 지속!

 

영화의 원작자는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대열에 선 작가입니다.

유명한 작가에 대한 제 불편이 또 일어섭니다.

아, 어쩌면 시기와 질투일지도...

두어 해전이던가요, 박경리 선생을 추모하는 영상이 있었는데

후배 작가들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물론 그도 나왔지요.

그런데, 작고(하지 않았더라도)한 대작가를 향해

‘자기가...’ 라고 칭하고 있었습니다.

놀라움...

저는 그를 무식한 작가라고 부릅니다.

아, 그러나 그는 잘 쓰고, 그의 글을 잘 팔립니다.

말하자면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작가더란 말이지요.

허나, 언어를 부리는 자이므로 그의 ‘자기가’에

저는 가혹하고 가차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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