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먹었습니다.
서너 그릇씩 먹었습니다.
설입니다.
맑으나, 날 매섭습니다.
대한 추위가 소문 없이 지난다 했더니 말 떨어지기 무섭게 바람을 업고 찾아온 강추위.
그런데, 맵기가 겨울이랑 또 다른 느낌입니다.
춥다 춥다 하여도 슬슬 대동 강물 풀려나오는 게지요.
천지를 돌아다니던 강아지 녀석들,
어제부터 묶여서는 밤새 찡찡대고도 힘이 빠지지 않고 있습니다.
날고 있는 까치네를 향해서도,
지나는 고양이를 보고도,
그리고 수시로 드나드는,
한 때 학교를 다닌 추억으로 고향 온 김에 기웃거려보는 이들로
더욱 컹컹거립니다.
동물을 썩 좋아하지 않던 류옥하다는
강아지가 자라는 동안 그들을 지켜보며 달라졌는 듯싶습디다.
“참 신기해. 다 특징이 있어.
하나는 수놈답고 맏이라 그런지 의젓해.
두나는 색깔도 그렇고 좀 모자라. 아버지 닮은 거야.
세나는 귀도 쫑긋하고 영리한 것도 그렇고 딱 장순이야.
장난도 잘 치고, 사고 쳤다 하면 딱 세나야. 말썽장이지만 그게 건강한 거야. ”
수놈 암놈 하나씩은 있어야 하고,
암놈 가운데도 장순이의 핏줄을 잘 잇는 놈이 있어야 하므로
남 주려면 두나를 줘야한다는 게 그의 주장.
하여 외할머니가 와서 두나 빼고 아래 위 강아지들을 탐나 하실 때도
강경하게 두나를 내밀었더랬지요.
마을에서도 여러 사람이 새끼 얻자고들 말을 넣어오고 있답니다.
오늘도 공구를 쥐게 되었네요.
산골살이가 참 그렇습니다.
가마솥방 온수기의 수도밸브 하나가 소용없어 마개를 달고 있었는데,
거기 물 한 방울씩 떨어져 내리고 있었지요.
점점 그 시간 간격이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테이프론으로 감고 밀고 하기를 여러 번,
좀 죄어지긴 하는데,
이런 걸 고칠 때마다 역시 ‘힘’에 부딪힙니다.
이럴 때 힘센 사람들이 필요하게 되지요.
서른 즈음 자동차 정비를 배우던 그 때도
젤 속상했던 게 그런 지점이었더랬습니다.
특히 브레이크 드럼을 고칠 때 거기 달린 용수철을 당겨 걸지 못했던 건
두고두고 눈물 나는 이야기라지요,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맞으며.
그나마 힘 좋은 아들 있어 다행입니다.
성빈이는 오늘도 따라다니며 쫑알쫑알,
땀 날만치 힘쓰고 있던 참이라 가만 좀 있어 봐라 하지요.
그러나 그때 아주 잠깐 멈춘 그의 입은
다시 풀려나오는 실처럼 이어진답니다.
이 소소한 즐거움들...
이러니 아이들을 키우는 게지요.
아고! 이제 된장집 수도가 문제입니다.
날이 춥다춥다 하더니 단도리를 하고 살피고 또 살펴도
잠깐 정신 놓으면 사고랍니다.
물을 틀어는 놓았는데, 찬물 쪽으로만 돌려놓았던 게 문제.
그만 온수 쪽이 언 거지요.
뜨거운 물을 여러 차례 부어도 소용없어
사람 없어 빼놓았던 연탄을 아궁이에 다시 집어넣고,
강제순환펌프 돌린 뒤 방마다 문을 열어 욕실로 온기가 가게도 해보지만
종일 해결될 기미가 없습니다.
“물을 끓여보자.”
버너를 가져가 냄비에 물을 끓이기 시작했지요.
아, 나옵니다.
이제 냉온수 사이로 물을 틀어두지요,
더운물을 쓸 때만 온수를 여니 물을 틀어둔다한들 가스를 쓰는 게 아니니.
새벽 3시, 많이 망설인 문자 하나를 받습니다.
오는 주말, 7학년들과 새끼일꾼들이 모여 놀기로 하였다는데,
집 밖에서 밤까지 샌다하니 걱정스럽다는 전갈이었습니다.
‘옥샘과 물꼬에서의 그늘로 가기에 보내는 거지
물꼬 밖에서 그러길 원치 않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이었지요.
일을 통한 건강한 관계, 물꼬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그것 아닐까 싶어요.
그냥 놀자고 굳이 집 밖에서 밤을 새기까지 하는 건 아무래도 걸립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개입하자면 마치 물꼬가 모든 관계들을 장악하려드는 것만 같아
조심스럽게 두루 조절을 해야겠구나 하지요.
우리 아이들의 건강함을 크게 신뢰하지만,
한편 분명 어른들의 지혜로운 안내가 또한 필요하다마다요.
특수교사 및 특수교육종사자들을 대상으로
2월에 있는 인천에서의 특강을 위해 원고 송고,
그리고 주마다 한 차례 쓰고 있는 칼럼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