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30.달날. 맑음

조회 수 1104 추천 수 0 2012.02.16 15:31:32

 

다시 강추위래서 바짝 긴장한 아침,

단단히 먹은 마음 앞이라선지 외려 괜찮았네요.

아이들이 건너와 어깨와 팔 안마를 해줍니다.

 

아이들은 오늘 장 위에 얹혀져있던 단호박 남은 몇 통을 다 꺼내

껍질을 벗겼습니다.

자꾸 귀찮은 마음을 보이는 성빈이를

류옥다하는 얼러기도 하고 꼬드기기도 하고 칭찬도 하고 윽박도 지르며

마지막까지 같이 일을 했습니다.

가장 실한 놈으로는 씨도 받았지요.

아이들은 늘 묶여 있었던 장순이가 젤 불쌍하다며

데리고 산책도 다녀오고, 악기연습도 하고,

심심해하는 동생을 데리고 형아는 알까기도 했습니다.

 

늙은 호박으로도 단호박으로도

솥단지 둘에 죽을 끓였습니다.

마을 몇 할머니 댁에도 보내고,

병문안 갈 준비를 하였지요.

조정환샘이 닭장 공사 마지막 날

그만 사다리에서 떨어져 발꿈치를 크게 다쳤더라네요.

내내 마음이 쓰이더라니...

카스테라와 콩가루로 경단도 만듭니다.

“저희도 해주세요.”

저들은 엊그제 콩가루로만 경단을 만들어주었더랬거든요.

“빨리 나으시라고...

아플 땐 이렇게 정성을 들인 음식들이 치료를 도와줘.

너도 아프면 엄마가 죽 쒀줄 것 아냐.”

“아니요! 우리 엄마는 병원만 가는데...

그리고 혼자 이기라고 하는데...”

또 엄마 파는 우리 성빈선수로 한바탕 웃고 가는 하루랍니다.

병원에서 소일하기 좋게 대중서도 한권 사서 들고

읍내 병원을 갔더라지요.

 

오는 길에 광평농장에 들립니다,

마침 사과를 실어와 잼도 만들자 하고.

감기 기운으로 몸이 좀 처져 있어 보이는 성빈,

죽도 멕이고 살펴주었더니 자기도 같이 가겠다 나섰더랬지요.

광평에선 TV에 빠져들겠는 성빈,

오래 텔레비전 구경 못했던 거지요.

EBS 한국기행 영동편도 보았습니다, 산골소년 류옥하다의 풍경이 담긴.

계자를 왔던 아이들 몇도 눈썰매 타고 고구마 구워먹는 장면이 들었고,

마을 인술이 아저씨랑 하다가 칡 캐러간 장면도 보였네요.

 

오늘은 택배 둘을 보냈습니다.

지난 해 봄학기 성미산 아이들이 머물며 묻어두었던 타임캡슐,

드디어 파서 보냈습니다.

저들끼리 하룻밤 묵어가겠다 연락온 걸

꽃 피는 춘삼월이나 되어야 손님 맞기가 편할 듯하여

다음에 걸음 하라 하였지요.

대신 타이캡슐은 류옥하다가 파서 보내기로.

황선미님께 마지막 남은 산골 호두도 챙겨서 보냈습니다,

늘 때마다 귀한 걸 챙겨 보내주시는 당신께

고마운 마음을 전할 길 달래 없어.

 

소사아저씨 열흘 일정 마치고 귀환.

류옥하다가 엊저녁부터 방을 데운다고 연탄을 넣어놓았습니다.

기특하고 고맙습니다.

그리고 칼럼 송고.

어느새 다섯 편을 보냈습니다.

주마다 한 차례, 6개월 스물다섯 편을 쓰기로 했으니 5분의 1을 지나네요.

 

지난 섣달 걸린 동상이 좀 가라앉았다 싶더니

그리 춥지도 않았는데 다시 발가락 몇 곳에 반점, 그리고 간질간질.

아, 산골서 살고 있는 것 맞구나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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