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1.물날. 오전 눈 내리다 갬

조회 수 1161 추천 수 0 2012.02.17 04:40:39

 

 

올 들어 최고 추웠다 합니다.

54년만의 추위라나요.

내일은 더 춥다지요.

그래도 살만합니다, 다 살아지는 거지요.

 

아침까지 내린 눈은 마당에 눈 상을 그득하게 차려놓았습니다.

아이들은 소사아저씨와 함께 온 데 길을 놓았지요.

본관에서 간장집으로 고추장집으로 교문으로...

“따라와 보세요!”

그리고 마당 가 쪽으로 ‘물꼬 올레길’을 만들었다는 아이들.

우리가 가끔 ‘라싸로 가는 길’이라며 저녁답에 명상길로 쓰는 곳을

고대로 눈을 치웠습디다.

식구들은 옆집, 앞집 할머니들의 마당도 쓸어주고 들어왔지요.

점심께 멎은 눈.

 

성빈이가 아침에 꿈속에 오줌을 쌌다는데,

그만 이불을 버렸습니다.

어제 몸이 좀 떨어지는가 싶더니 퍼져버렸던 모양입니다.

아이를 챙기며

아이들과 복닥거리는 시간에 대한 푹함이 마음을 데웠습니다.

용한 아이입니다, 이 불편한 곳에서 추위도 안타고, 찡얼대지도 않고.

다섯 살 때부터 방학마다 와서

이곳이 이 아이에게 그리 편한 곳이 되었습니다.

소중한 연입니다.

 

춥다고들 다시 방에 들었다가

곁에서 이불 속으로 가더니 한참을 잠이 든 성빈이었습니다.

같이 이야기도 하고 스낵도 먹고 안마도 하고

둘이 구들더께 하고는 뚝딱 자리 털고 일어난 아이.

그 사이 류옥하다는 교무실서 홈페이지에 계자 사진 다 올려놓았지요.

 

“성빈아, 개켜놓은 옷들 가방에 넣어둬야지.”

가마솥방 피아노 앞에서 가방에 빨았던 옷들을 챙겨 넣다

성빈이가 가만히 불렀습니다.

“옥샘, 이거 꿈일지도 몰라요, 너무 빨리 가니까...”

아주 깊은 소회를 읊는 노장 같았지요.

그러게요, 그 아이랑 보낸 달을 넘는 시간들이 평화의 나라였더라지요.

 

참, 오늘 성빈이가 혼났어요.

성빈이는 기분이 좋을 때 아주 고음을 내며 소리를 질러대는 습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그 소리가 다른 이들의 신경을 건드릴 수 있다 일렀는데,

여직 그러고 있었습니다.

저녁 밥상을 차릴 때도 그리 소리 지르기

기어코 그 버릇 없애리라 하고 확 혼쭐을 냈지요.

“옥샘, 아까 무서웠어요.”

조금 시간이 흐른 뒤 이 녀석 곁에 와서 슬쩍 그리 말합니다.

이 녀석, 서운할 법도 하련만 제(자기)가 잘못하였네 여기나 봅니다.

여기서 지내는 동안 꾸지람을 들을 일이 없던 아이이지요.

그나저나 이제는 그 소리 안내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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