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12.해날. 맑음

조회 수 1118 추천 수 0 2012.02.21 03:39:55

 

 

날이 좀 푹해졌고나,

빨래 걷고, 그리고 빨래를 빨아 넙니다.

물을 긷고 끓이고 주물럭거리고...

마치 시내로 가 얼음 깨고 하는 빨래만 같습니다,

세탁기가 얼어 있으니.

 

오늘은 뒷정리에 대한 식구교육이 있었습니다.

청소라는 게 어디에서 어디까지인지,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것을 어찌 할 수 있는지...

설거지만 해도 그렇습니다.

찌꺼기를 버리고 싱크대를 닦고 행주를 빨고 널고,

마지막으로 수세미의 물기를 빼서 정리하는 것까지!

싱크대 홈을 박박 문지르는 것도 보여주지요.

그 편에 기락샘도 오늘은 고추장집을 청소해주고 갑니다.

어깨를 앓느라 여러 날 두터운 이불들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었지요.

그 사이 부엌에서는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부엌 선반 먼지도 천천히 닦았답니다.

 

7학년 진현이가 왔습니다.

지난 섣달 진현이와 류옥하다 선수 여행을 꿈꾸었으나

물꼬가 때마침 장이며 부엌살림을 장만하는 김치주간이어 못가고

봄방학 하고 가기로 미루었지요.

둘이 대략 고성 통영 거제 김해 정도로 동선을 그리며

의견을 주고받아오더니

최종 조율은 얼굴을 보고 하기로 했다나요.

하여 물꼬에서 하룻밤을 묵고 떠나기로 했더랍니다.

결국 거제도를 집중적으로 돌기로 정리,

나흘은 거제도에서 그리고 이틀은 김해 봉하마을을 중심으로.

 

밤, 아이들이 여행하며 묵을 곳 몇 곳 얻어주기로 합니다,

여행경비는 한 푼도 아니 주는 대신.

“여행 보고서를 보고 상여금 형태의 용돈은 생각해볼게.”

발해 1300호 추모사업회 회장인 영욱형 댁에서,

다음은 96년 겨울 물꼬 샘들이 가서 3박4일 계절학교를 꾸려준 교회에서,

그리고 고교 은사님 댁에서 묵으라 하지요.

하룻밤은 민박.

나흘 거제도는 그리 묵기로 합니다,

김해 쪽은 다시 생각해보자 하고.

 

열다섯 살에 떠나는 여행,

왜 가는가 물었습니다.

많이 볼 것인가, 깊이 볼 것인가도 물었습니다.

내 떠돌았던 시절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고

특히 어찌 자고 어찌 먹었는지 도움말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좋은 벗과 길동무하며 가는 여행,

한편, 길을 떠나는 것은 삶의 거룩한 안내자들을 만나는 길이기도 할 테지요.

당부의 말도 하게 됩니다.

내가 하고픈 것과 우정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놓인다면

후자였음 좋겠다 했지요.

 

류옥하다는 길 떠나기 전,

요새 고추장집을 쓰고 있는 어미를 위해

곳곳 찢어진 고추장집 창호지를 다시 바르고

실리콘으로 문짝 아래 문틈도 메워두었습니다.

어미한테는 넘치는 아들이다마다요.

 

3월 천산산맥행을 앞두고,

고대 실크로드를 따라 낙타를 타고 12,000km 대장정에 올랐던

아리프 아쉬츠의 책을 들었습니다.

실크로드의 마지막 카라반이었던 그들의 간청은

다시 동북 아시아 변방의 산골 아낙의 간구가 되기도 합니다.

‘그대들에게(고대의 카라반 나그네들) 간청한다, 우리를 보호해 달라. 악마와 귀신과 악령으로부터 우리를 지켜 달라. 2천여 년 동안 동굴에 벽화로 새겨졌던 존재들, 조각상으로 세워졌던 존재들, 죄가 사해지기를 기원하는 카라반들의 제사를 받았던 존재들, 살인적인 모래 폭풍을 일으키는 존재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달라. 우리는 조용히 지나가기만 할 것을 약속한다....

나는 이번 여행을 우리의 모든 공동의 기억을 지니고 있는 이 땅과,

영원하며 자유롭고 항상 이곳을 떠돌아다닐 정령들에게 바친다.’

 

지금 못하면 나중에도 못하리니 하고 갑니다.

선배들 몇, 후원도 해주기로 합니다.

기록으로 여행을 공유하자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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