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17.쇠날. 맑음

조회 수 1224 추천 수 0 2012.02.24 03:33:20

 

 

새벽, 눈 내렸습니다.

눈 얇게 쌓인 아침이 문간에 와 있었지요.

바람 함께 날 매섭습니다.

저녁, 다시 눈 날리고 있습니다.

밤을 건너며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기온,

내일이 이번 추위 절정이라던가요.

 

한 선배가 올려둔 글을 봅니다.

노해의 ‘삶의 신비’입니다.

 

 

현실은 나의 스승

패배는 나의 깨침

슬픔은 나의 전화

고통은 나의 창조

겨울은 나의 투혼

 

 

나날의 겨울 산골 삶이 사투인 제게

얼마나 간절히 다가온 이야기이던지요.

 

산을 가기로 했던 선배가

엊저녁 대해리에서의 과한 술과 그간의 피로에 발이 묶였습니다.

하루 쉬며 물꼬 일을 돕기로 하지요.

대전의 한의원이며 몇 가지 볼 일에 운전병 노릇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물꼬의 이후 움직임들을 상의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네요.

물꼬의 큰 논두렁이기도 한 당신이랍니다.

 

선배가 공수해준 영화 <타인의 삶>(독일/2007).

감독, 이름이 좀 길군요.

1984년, 조지 오웰의 <1984년>이 실재하는 동독,

체제를 위해 모든 것을 알아야만 했던 경찰국가 속에서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꾼 남자의 이야기,

거꾸로 치열한 예술이 한 인간을 변화시킨 이야기.

그래서 어떤 이인가는

고영의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로 이 영화를 해석하고 풀었던 적이 있었지요.

 

주인공 게오르그 드라이만은 자신을 구해준 비밀경찰을 만나 인사하는 대신

2년 후 ‘선한 사람들의 소나타’를 헌정합니다.

시대가 어찌 해도 사람살이의 온전함을 엮어내는 이들이 있지요.

인간사가 어찌 어찌 최악이었다 해도

여전히 인류를 건강하게 이어가도록 하는 선함이 결국 인류를 구원합니다.

그것을 사람들은 진정한 공동체의식이라 부르는 것일 테고.

 

선물할 거냐 묻는 점원에게 주인공 비즐러가 하는 마지막 대사,

“아니요, 제가 볼 겁니다.”

아, 장편 첫 영화라는 감독도 궁금하고,

이 영화 주인공, 눈빛으로 모든 걸 말해주는 배우도 자세히 보게 되고....

빛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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