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20.달날. 맑음

조회 수 1205 추천 수 0 2012.03.04 22:53:15

 

오늘 아침에 봄이 오고 있다,

소사아저씨는 일지에 그리 쓰셨다 합니다,

어제 새벽 얼어붙었던 얼음들이 녹고 있다고.

 

하늘 고마운 줄 알고 사는 삶,

자주 산골살이를 이리 표현해왔습니다.

봄도 그렇습니다.

이 골짝의 가혹한 겨울은 봄을 더욱 귀하게 합니다.

겨울이 물러나고 있지요.

그럴 줄 알았으므로 또한 견디기가 수월하였을 겝니다.

그리고 마침내 봄이 저어기서 한들한들 걸어오는 게지요.

시간, 흐르고 또 흐릅니다려!

“오니라, 봄, 고맙다!”

 

낼 어머니를 한 소읍에 뫼셔다드리기로 하여

남도에서 하루를 더 묵기로 합니다.

가까운 한의원에 침을 맞으러 가며

‘무식한 울 어머니’도 모시고 가 맥을 짚어보고,

마침 꿰맨 발가락 치료를 위해 정형외과 가는 길에

기형적이다 싶을 정도의 굳은살로 오래 고생하시는 어머니 발도 병원에 보입니다.

있으면 편리하겠다 싶은 생활용품도 몇 챙겨드리고...

딸인 것이 퍽 고마운 시간들이었지요.

 

류옥하다는 월간 출판서평잡지에 송고할 글을 쓰다가

결국 앓아누워버렸습니다.

여독이겠지요.

한 주 동안 친구랑 여행을 다녀온 뒤끝입니다.

몸이 펄펄 끓고 기침도 깊었습니다.

집을 떠나 길에서 만난 세상을 통해

한 뼘 자란 성장통이려니 싶기도 하였답니다.

밤에야 조금 가뿐해져서

할머니 전화기로 할머니의 전화기사용교육이 있었더랬네요.

 

천산원정대 대원 한 명의 전갈,

지금 MBC에서 우리가 갈 차마고도 방영하는 중이라고,

우리가 갈 곳 일부가 나온다고 얼른 TV앞으로 가라는.

마침 노느작거리는 줄 어찌 알고.

근데 경남 MBC는 다른 걸 하고 있었지요.

 

밤, 다시 앓기 시작하는 아이의 열을 가라앉히느라 잠을 설치다

영화 한 편 붙잡았지요.

활을 들고 아비가 말합니다.

“두려운 마음을 똑바로 직시하거라, 그래야 벗어난다.”

아들도 자라 그 아비처럼 활시위를 당기지요.

“두려움은 직시하면 그뿐.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마지막에 오르는 자막이 가슴을 에였지요.

‘1637년 병자호란 후, 나라의 송환노력은 없었다.

다만 소수의 사람들이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힘없는 이들에게 역사는 늘 그랬습니다.

그래서 민중봉기, 민란, 혹은 혁명은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것일 터.

‘이 시대 그 뜨거운 가슴들은 빙하기 저 아래로 사라져버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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