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또 찬바람이 분다,
소사일지는 그렇게 쓰고 있습니다.
교무실 난로연통이 쑤욱 빠져버렸다지요.
겨울 한철 쓰면 다 삭아내려 해마다 바꾸는 연통입니다.
그런데 이 겨울은 벌써 그리 되어버렸더란 말이지요.
아직 두어 달 쓰임이 더 있을 것이라
사와야지 한답니다.
‘무식한 울 어머니’ 볼일 보러 가신다는 소읍에 내려드리고
남도를 떠나옵니다.
“집이 최고야!”
지난 주 달날 떠났다 오늘 귀가한 류옥하다,
학교 마당에 들어서며 그리 소리칩니다.
몸까지 호되게 아팠으니 더욱 그럴 테지요.
경계성급 장애아의 상담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장 좇아오겠다는 걸 말리고 전화로 1차,
그리고 메일로 다음 상담을 하자지요.
심각한 장애를 앓는 형제가 또 있어
그 아이를 돌보느라 동생을 살피지 못해
어느 날 보니 아주 심각한 수위에 있더라는 겁니다.
다행히 여러 치료를 겸할 수 있는 길이 있어 하고는 있는데,
호전되지 않아 물꼬를 찾기에 이른 것.
“같이 고민해봅시다!”
최근 눈을 뜨면 기다리는 소식 하나 있었더니,
오늘 그예 안부가 왔습니다.퇴계 선생 시 한수였지요.
<도산잡영(陶山雜詠)>을 쥐고 계시구나 했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 사서 곁에 두고 읽어야지 하던 것을
게으름에 밀려있었는데 이리 또 듣게 되었던 게지요.
밤 퇴계와 낮 퇴계는 따로 있다던가요.
근엄한 주자성리학의 도학자인 퇴계 선생도 사람이었단 말일 것입니다.
<도산잡영>은 선생이 고향 토계(兎溪) 마을에 낙향한 57세부터 66세까지
약 10년 동안 도산서당 안팎의 자연경관과 생활을 읊은 시집이랍니다.
'앞으로 겨울 석 달/ 보내고 맞는 일 끊었으면 한다'던 겨울 시 한 구절은
겨울 산골의 제 소망이기도 하였더이다.
도산엔 지금 매화가 피었을 것입니다.
아침에 퇴계는 분재 매화에 물을 주라고 시켰다지요.
그리고 오후에 앉아서 조용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날 눈이 내렸다는...
한 주간 친구랑 배낭을 지고 떠났던 아이는
돌아와 심한 여독을 앓았고
겨우 오늘 자리를 털었습니다.
족욕을 시켜주지요.
아이의 발을 닦아준 게 언제이던지...
참, 남도에서 돌아오며 대전까지 올라가 침을 맞고,
옥천 농지은행에도 들렀습니다.
오래 애를 먹이던 일 하나 있었기
비로소 오늘 서류상으로 얽힌 일은 정리가 되었더랬네요.
나쁜 사람이 뉘 있겠는지요.
상황이 그리 만드는 걸 겝니다.
우리가 손가락질하는 누군가의 정황이 내 것이고 보면
나 역시 지독하게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을 터.
지난 한 해 사람에 대한 이해 하나 또 배우는 시간들이었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