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식구들은 봄비 내리듯 가만가만 움직이고 있습니다,

책을 읽거나

보이는 것들을 치우거나.

기락샘과 소사아저씨는 가마솥방 난로의 연통도 갈았네요.

 

라오스에서 온 서현샘의 전화.

“떠나시기 전 꼭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연락이 안 닿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천산원정길 떠난단 소식 듣고 온 연락이었습니다.

목소리 들어서, 여기야말로 서현샘 목소리 들어서 얼마나 기쁨이 통통거리던지.

“물꼬 누리집 들러 옥샘 글 읽는 즐거움이 당분간 없어 아쉬워요...”

잘 다녀오라고, 건강히 무사히 여행 잘 마치라 축원해주었습니다.

 

전화를 놓고 눈물이 났습니다,

멀리 있어서, 피붙이 같아서, 물꼬의 인연들이 참으로 깊어서.

제자이고 동지이고 동료이고 벗인, 그리고 피붙이 같은 이...

그나저나 서현샘이 여름에 오기 힘들면

가을께 건너가얄지도 모르겠네요...

 

비로소 천산길 준비를 합니다.

티벳연구소의 소장님이신 다정 김규현선생님 같은 큰 안내자가 있는 길이니

그리 어려운 마음일 것은 아니나 그래도 제 몫이 있을 진대

닥친 일들로 너무 소홀했습니다.

가는 곳까지는 아니더라도 닿게 되는 나라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는 좀 쥐고 가야지,

겨우 중앙아시아 자료 두엇 읽었네요,

선생님 보내주신 <대당서역기>며 <불국기> 구절들은 아직 열어보지도 못하고.

 

다정샘은 이번 원정길을 두고 다르촉을 제작했다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교무실을 정리했지요.

간다는 것 역시 정리한다는 것.

늘 집을 나설 땐 다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가지런히 물건들을 놓게 되지요,

혹여 나 살았던 흔적이 다른 이들에게 짐일까 하여.

교무실에 쌓여있던 것들을 덕분에 이것저것 걷어냈더랬네요.

정리 없이 삶이 끝나는 일이 없도록 자주 정돈해야겠다,

또 하는 생각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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