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3.흙날. 흐림

조회 수 1090 추천 수 0 2012.04.06 12:10:00

 

구름 보이나 바람은 답니다.

봄바람...

 

농기구 집 안 차고가 트랙터 바퀴에 깊이 패인지 오래,

겨울엔 얼어붙어 손대지 못했던 땅을

봄 오자 건드려봅니다.

소사아저씨가 솟은 곳은 패 내고 파인 곳은 연탄재로 채웠지요.

 

기락샘은 서울길 오르고,

면소재지 나가서 농협에 들립니다.

이 봄에 놓을 종자들이며 음식물과 섞어 먹일 개들 사료며

흔들거리는 대문 현판을 고정시킬 시멘트도 챙겼지요.

대문 기둥 하나에 수평으로 구덩이 둘씩 파서

거기 시멘트를 부은 뒤 그 위로 쇠줄을 팽팽이 걸어

현판을 고정하기로 했더랍니다.

하여 지난 빈들모임에서 아이들이 구덩이를 팠던 거구요.

 

시간에 좇기니 아들도 나서서 길 떠날 어미 자료를 챙깁니다.

아무래도 중앙아시아 쪽 숙소들이 걱정이 좀 되지요.

인터넷에 오른 자료들을 아이가 챙겨줍니다.

값 비싼 호텔이야 어디고 늘렸을 것이나

우리 형편에 닿는, 마땅히 또 그래야 하는,

게스트하우스들을 뒤적여보지요.

 

함께 교무실에서 비비적대니 나누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사랑을 하니 대중 가요가 다 자기 이야기라더니...”

“그 말, 너도 그렇다는 얘기?”

“엄마는 나에 대해 모든 걸 아니 이 건에 관해서는 노코멘트!”

궁금한 걸요, 하하.

올해 출판서평전문잡지에 달마다 글을 싣게 된 아이는

이달 원고도 쓰고 있습니다.

아이는 아이의 삶을 열심히 살고

어미는 어미대로 제 삶을 삽니다.

그리 독립적으로 사는 게 옳다 싶어요.

 

작은 기업을 경영하시는 벗 같은 어르신이

천산원정길 소식 듣고 여비를 보탠다 전갈 보내오셨습니다.

정중히 거절합니다.

정말 아쉬운 일에 도와 달라하였지요.

오랜 세월 달마다 물꼬에 힘을 보태주셨더랬고,

당신 회사 지원으로 일본 도자박물관이며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였으며.

아이의 중대한 일에 당신이 함께 하기도 여러 차례,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시간 당신의 지지가 저를 서 있도록 한 기둥 하나셨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지금은 아쉬운 때가 아닙니다.

기락샘과 몇 선배들의 후원으로 너끈하지요.

 

선배가 공수해준 영화 한편 봅니다.

마음이 바쁠 땐 이런 호흡이 또 필요하지요, 하하.

미워도 미워할 수 없는 사람,

살아만 있어도 고마운 사람,

그리고 이 우주에서 가장 강한 사람,

그 엄마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희망은 당신을 놓지 않아, 다만 당신이 놓을 뿐!”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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