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리고 바람 동반.

이른 아침부터 분주합니다.

간밤에야 2011학년도 일들을 마무리 했습니다.

꼬박 이틀을 새우다시피하고 나니

비로소 좀 가뿐히 길을 떠날 수 있게 된 거지요.

 

아침은 남아있을 식구들이 한 달여 지낼 밑반찬을 만드느라,

또 반입이 가능할 반찬을 여행을 위해 싸기도 합니다.

찌개를 두엇 끓여놓고,

지역도서관에 들러 도서들을 반납해두고,

그리고 아이에게 열쇠를 넘기고.

아이는 이번 봄학기도 여느 학기처럼 불날마다 읍내를 나갈 것입니다.

새벽 6시 20분 버스를 타고 나가

도서관에서 붓글을 쓰고 악기를 불고 책을 읽고

그리고 오후 4시 버스를 타고 대해리에 5시를 좀 넘겨 닿을 테지요.

 

오후, 소사할머니랑 이모할머니는(학교 앞집들) 또 소사아저씨를 찾았다지요,

텔레비전이 안 나온다고.

이쯤 되면 궁금해집니다,

소사아저씨의 재주가 무엇일지.

그냥 툭 때리신다나요.

그러면 또 나온답니다.

참 모를 일입니다.

어쩌면, 어쩌면 할머니들은 그렇게 사람과 마주하고플지도 모른다 싶기도...

 

서울역으로 어르신 하나 마중 나와 주십니다.

주중 서울을 나오시는 날이 있긴 하나

오늘은 비우시는 날인데 양평에서 굳이 나오셨습니다.

선배의 가게에도 같이 들러주셨고,

저녁을 챙겨 먹여주셨고,

그리고 여비를 보태셨습니다.

얼마 전 굳이 여행경비를 지원하시겠단 걸 거절하였는데,

먼 곳에서 믿을 건 돈 밖에 없더라 농하시며

굳이 달러가 담긴 봉투를 내미셨지요.

경비 일체가 들어있었습니다.

제 삶이 늘 그러합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그리 건사해야 하리라, 마음 여미지요.

 

꿰맨 발가락이 아직 아픕니다, 걱정입니다.

실밥을 뽑은 지 한 주는 되는데,

아물기 쉽잖은 기간인가 봅니다.

소염제를 좀 삽니다.

국경에서 오래 버스를 탈 때를 대비해 멀미약도 챙깁니다.

 

밤,

천산원정으로 자리를 비우는 동안에도

지역신문 하나에 쓰는 칼럼을 계속 써야 합니다.

올 상반기 주에 한 차례 쓰기로 약조한 것이지요.

하여 세 편을 내리 써서 보내둡니다.

 

그리고 설치는 잠,

올 9월 오래 소망하던 티벳을 가리라 하고 있었습니다.

티벳 가는 길이 막힌다면 그 언저리라도 가리라 하였지요.

어쩌면 그 전초여행쯤 되리니 설레일 밖에요.

 

그리하여 마침내 내일 3월 7일, 이른 아침 천산원정에 오르나니

이르면 28일깨, 더뎌지면 이른 4월까지도 여행의 도정이 이어지리니...

어림잡아 31일 돌아오자 한다지요.

지금 못하는 건 나중에도 못하리니,

하여 떠난다 하였고,

‘물꼬에선 요새’를 3월 31일까지 쉰다며

별일이 없다면 4월 1일 뵙겠다 하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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