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다섯 살 류옥하다의 날적이에서; 류옥하다는 어미가 천산원정길로 물꼬를 비운 동안 어미가 하던 움직임처럼 간간이 물꼬의 오늘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2012년 3월 15일 나무날. 더움. <상추 심기>

 

 

  간장집 앞에는 10평 쯤 되는 밭이 있다. 그 밭은 내가 학교로부터 2007년부터 빌려서 농사를 짓고 있는 땅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밭을 일군다.

 

  이번 주 내내 밭의 배수로를 파고, 고랑과 이랑을 만들었다. 지난해에 밭 관리를 조금 소홀히 했더니 땅이 딱딱해지고, 배수로가 다 낙엽과 흙으로 묻혔다. 배수로를 삽으로 파니 이상한 벌레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대자로 뻗어있는 도롱뇽 시체. 휴. 아직도 간담이 서늘하다.

 

 오늘은 그 밭에 씨앗을 뿌리러 간다. 그런데 웬걸. 이랑에 덮여있는 흙을 파보니 풀이 나온다. 며칠 전 그냥 풀을 뽑지 않고 삽으로 얼렁뚱땅 밭을 만든 게 화를 불렀다. 다시 풀들을 전부 뽑고, 밭을 만들었다.

 

  드디어 씨앗을 뿌리기 위해 땅을 판다. 땅을 팔 때는 너무 깊게 파면 싹이 나오지 못해서 적당히 판다.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말하기가 애매하다. 그냥 감으로 파는 거다.)

 

  밭에 1자로 땅을 파놓은 후 씨앗을 손에 쥐고 조금씩 뿌린다. 아무리 봐도 상추 씨앗은 정말 조그맣다. 바람에 날아갈듯 가벼운데 어떻게 거기서 저 큰 상추가 나는지 모르겠다. 자연은 언제보아도 신비하고, 새롭다.

 

  다 심고 물을 준다. 일하다보니 왠지 춤명상이 생각났다. ‘농사’춤이었나. 말뚝을 박고,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상추에 고기 싸먹을 걸 생각하니 군침이 돈다. 어린 상추는 나물로 먹고, 어느 정도 큰 상추로는 상추김치도 해먹는다.

 

  반찬이 하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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