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중국 베이징으로 날아가 오늘 새벽 인천공항으로 돌아왔습니다.

달포 가까운 여행, 둔황의 옥문관과 양관을 시작으로

혜초와 현장이 걸었던 길을 따라 간 걸음이었지요.

 

사는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듯 여행 또한 다르지 않았지요.

천산산맥 토르가르트 국경관문이 큰 눈으로 닷새나 막혀

중국 카슈카르에서 예정에 없이 며칠을 묵어야 했고,

키르기즈스탄에서 우즈베키스탄 국경을 넘는 일도

국경일 누루즈데이가 단 하루 휴일이지만 카자흐스탄 대사관이 연휴를 며칠 쓰는 바람에

경유비자를 당장 받지 못해

결국 수도 비쉬케크에서 남부의 오쉬까지 날아가

우즈베키스탄 안디잔 쪽으로 국경을 걸어 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의 우즈베키스탄의 일주일은 고대도시의 색채들만큼이나 퍽 빛나는 시간이었지요.

수도 타슈켄트에서 우르겐치로 날아가 히바, 부하라, 사마르칸트를 돌았습니다.

세계인의 여행서 lonely planet에도 1주일 계획이라면

그 동선이 가장 좋다 권하기도 하데요.

박물관도시 히바를 비롯,

다른 곳에서는 빛이 하늘에서 내리 비치지만

부하라만큼은 빛이 땅에서 하늘로 올라 비친다는,

도시 전체가 20미터에 달하는 문화층을 가진 그래서 한 권의 통사책 같은 부하라,

그리고 사마르칸트 아프라시압 고고학박물관에서는

중앙아시아로 간 첫 한국의 사절단 고구려인들을 벽화에서 만나기도 했습니다.

 

배낭족들이 많이 찾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여러 나라 여행객들과 만나 나눈 정보들과 여행담들로

밤을 새며 눈물 날 정도로 즐거운 시간들도 보냈습니다.

결국 여행은 사람은 만나는 일이겠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많은 사연은 역시 동행인들과의 사이에서 일어납니다.

마흔 지난 이들에서 예순다섯 어르신까지 함께 한국을 떠났던 이들이 셋 있었지요.

당신들은 십년에서부터 여러 해를 서로 알고 지내는 분들이었으나

저는 이번에 처음 맺은 연들이었습니다.

여행 막바지에는 각자 자유로이 보낸 시간도 있었지만

거의 같이 먹고 같이 묵고 같이 걸으며 꼭 유쾌한 기억만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당연하겠지만.

나이 먹을수록 이해도가 높은 한편

어떤 면에서는 그 나이에 이르기까지 만들어진 아집 또한 너나없이 만만찮지요.

개인의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보게 됩디다.

그간의 경험 안에서 새로 만나는 것들을 해석하게 되는 거지요.

같은 현상을 보고도 서로 다른 해석으로 다투기도 하였더랍니다.

 

무엇보다 순간순간 적나라하게 자신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무어라 무어라 상대를 향해 내뱉지만

결국 내가 무엇을 선호하는가, 어떤 것을 못 견뎌하는가,

마침내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이르게 되는 것이지요.

여행의 일상에도 삶의 진리가 넘쳐난다는 거지요.

여행이란 것이 잠시 일상을 벗어나는 것이라지만,

여전히 일상의 연속성 상에 있기 마련!

그건 나라는 사람이 살아내는 시간의 연장선에 여행 역시 있기 때문일 겝니다.

 

낡은 말입니다만, 먼 이국 실크로드를 따라 걸었지만 ‘나’를 보고 온 여행이 되었습니다.

돌아온 일상에서 그 진리들을 밑거름으로 또 나날을 열심히 살아낼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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