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5.나무날. 거센 바람

조회 수 1360 추천 수 0 2012.04.07 21:29:56

 

거친 바람이 그예 장순이집을 날려버렸습니다.

지난 가을 류옥하다 선수가 심혈을 기울였던,

개집으로 치자면 아파트수준이었던 집이지요.

아이는 소사아저씨와 함께 다시 집을 세워주고 있습니다.

소사아저씨는 우물 곁 비닐하우스 안의 모종판에

호박과 단호박과 옥수수 씨앗도 넣었지요.

 

봄이 오고, 닭들은 꼬박 꼬박 달걀을 두 개씩 내놓고 있었다 합니다.

“타조알이네!”

오늘은 아이가 어마어마한 크기의 알을 꺼내왔지요.

깨니 노른자가 두 개씩 들어있었습니다.

아이가 기찬샘네 영근이 형아한테 배워온 고스톱용어로 외칩니다.

“일타 쌍피! 또!”

 

달골 청소를 하는 아침,

햇발동 둘레 마른 잎들을 걷어내고,

학교에 내려와 김 오르는 밥상을 차리고,

교무실이며 가마솥방에 부려놓았던,

아직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던 멀리 주인 따라 여행을 다녀온 짐들을 정리하고,

그리고 빨래를 했습니다.

선배들이 빌려준 물건들을 조심스럽게 털거나 거풍을 하거나 손빨래를 하고,

다녀와 벗어둔 것들과 식구들의 빨랫감들을 세탁기에 넣는 사이

비로소 수습되는 여행의 여진들...

 

그리 길지도 않았던 달포의 천산원정이었는데도

쉬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 듯하더니

짐이 자리를 찾고, 글을 쓰기 시작하며,

차츰 온전해지고 있었습니다.

감정 하나가 따라와 사람의 마음을 한참 헤집기도 하더니,

골짝 거친 바람이 그 마음을 더욱 부추기더니,

메모를 뒤적이며 ‘물꼬에선 요새’를 기록하고 있자니

나, 물꼬 사람 맞다, 나, 물꼬의 귀한 사람들의 동지이고 동료이다, 나, 옥영경이다,

흔들리던 마음과 몸이 그렇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지요.

고마운 물꼬입니다, 고마운 삶입니다.

우리의 선정샘, 희중샘, 휘령샘, 유진샘, 유설샘, 백진주샘, 세아샘, 다정샘,

신정원님, 박주훈님, 김미향님, 최영미님, 문저온님, 추소령님, 발해 1300호 식구들,

우리의 품앗이일꾼들과 새끼일꾼들, 그리고 아이들...

이곳을 지켜준 모다 고맙습니다.

 

그래요, 한국으로 돌아온 게 맞습니다.

꿰맸던 발가락은 어느새 잊혔고,

일 좀 했다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다시 좌골신경통 통증이 시작되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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