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7.흙날. 달빛 환한

조회 수 8313 추천 수 0 2012.04.17 01:45:42

 

 

사택 된장집과 고추장집의 앞집,이모님이 오이 씨앗을 나눠주셨습니다.

종자포트에 넣고 물을 주지요,

소사아저씨는 닭장 뒤편 밭둑 하나 풀과 잡초 정리하시고.

 

어제 온 택배를 뜯습니다; 육홍타님.

잊히지 않는 성함입니다.

그런 해가 있지요, 하는 일마다 뜻대로 되어지는

(반면 참 안 되는 해도 그리 있을 것이고).

그해 무슨 맘에 글을 열심히 써댔고

네 차례 공모전에서 다 상금을 받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한국일보 주관이었고,

희정이 아버지는 그곳의 기자로 계셨습니다.

시상식에 대신 갔던 동료 하나가

육홍타님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벽걸이 화분을 들고왔더랬지요,

‘엘레강스’는 그렇게 잊을 수 없는 화초가 되었답니다.

댁 아이 희정이 초등 6년, 연극터를 다니던 때였지요.

간간이 책들이 보내져왔더랬습니다.

상자엔 읽고 보내겠다고 빼놓았던 한국사가 들어있었고,

듀란트 부부의 세계통사, 문명사 원서들도 보내오셨습니다.

그리고 따스한 편지 한 통.

실크로드 잘 다녀오셨겠다며,

‘물꼬 소식은 게시판을 통해 보고 있습니다.

재미나고 보람차게 지내시는 것 같네요.

하다군의 성장도 눈부시고...’

책에 대한 안내와 희정이 어느새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소식들이 담겨있었지요.

‘건강하시길, 그래서 더욱 많은 좋은 일들 하실 수 있기를...’

이래서 또 열심히 살게 됩니다요.

 

지난 밤 늦게 금산으로 갔다가 돌아옵니다.

천산원정길에서 한 젊은이와 동행했고,

그로부터 오랫동안 마음에 담겨있던 노시인의 소식을 듣습니다.

시쓰기를 꿈꾸던 날들에 일정 정도의 빚을 진 어르신.

돌아와 당신의 근황을 알아보며

아, 금산에 걸음하신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곳의 주인장께 전화 넣으니

행사 하루 전 내려오신다며 당장 다녀가면 어떻겠냐 제안을 받지요.

노시닝과의 인연(그저 글을 읽은)은 오래입니다.

고교 때 문학지에서 당신의 시를 읽었고

나이 스물에 그 시가 실린 시집을 사지요.

이듬해 또 다른 시집을 사고,

그리고 해를 걸러 가며 간간이 당신의 책들을 사고 읽습니다.

여러 해 뒤엔 당신 시집 하나를 들고

시집에서 노래하는 장소를 절친한 벗과 가기도 하지요.

그 여행을 끝으로 벗은 세상을 버렸고,

그리하여 그 시집과 장소는 제 생에 더욱 깊은 의미를 갖게 됩니다.

서른 해 가까이 가슴에 차있던 마음 하나가 그예 선생님을 뵈었습니다.

곧 물꼬에 걸음도 하시게 되었고,

양평에서 ‘바다의 시인과 산골 선생의 데이트’라는 우리끼리의 소제목을 단

작은 음악회도 이어질 일들이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잡혔다지요.

 

오래 시를 쓰고 싶었습니다.

내 시가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복무하면 좋겠다,

내 책이 나무를 베고 만들만큼 가치 있었음 좋겠다 바랐지요.

훗날 선생님은 제 책의 앞이나 뒤에 글을 써주기로 하십니다.

게으름은 사는 게 시이려니 라는 핑계로 글쓰기를 미루게 하더니

선생님과의 만남은 글에 탄력을 주고 있습니다.

제게 이 만남은 ‘신비’이고 있지요,

그 많은 우연들이 이 순간을 향해 달려온 듯한.

 

3월 달포의 달포의 여행을 다녀와

달포의 여행을 다녀와

제임스 레드필드의 <The Celestine Prophecy)(천상의 예언)>을 담은 같은 제목의 영화를 보았습니다.

삶의 길목에서 우연히 만나는 일들이 정말 우연일 뿐인 걸까,

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우리의 삶을 신비로 이끄는 우연치 않은 힘에 대한 통찰력을 다루고 있지요.

이런 우연하게 보이는 신비의 일치현상을 감지할 수 있는 우리안의 직관력을 인식하고 열려있는 마음으로 따라갈 때

우리는 삶에 저항하지 않는 흐름을 탈수 있다는 결론이야 동의하거나 말거나 이지만

아래 문장만큼은 음미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는 마치 운명처럼 보이는

신비와 우연 그리고 동시성으로 가득한 세계에 살고 있음을 다시 발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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