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11.물날. 비

조회 수 1287 추천 수 0 2012.04.17 01:58:30

 

 

총선투표를 하고 돌아오는 길, 는개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마을 삼거리 닿기 전 툭 떨어진 집 한 채,

한동안 고쳐대더니 곶감집의 윤봉길 아저씨네 누님이 이사를 오셨다했습니다.

집들이.

소사아저씨와 아이가 화장지 꾸러미를 들고 다녀옵니다.

 

소사아저씨 엿새의 봄나들이,

어제 가기로 한 것을 부산 형님댁 일로 하루 미뤄져

오늘 떠나셨습니다.

이번 학년도엔 다달이 며칠을 그리 쓰시라 합니다.

너무 오래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식구들이 마음이며 몸이며 조금 더 가벼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지요,

때로 저(자기) 혼자 이 큰 살림 마음 다 쓰는 것 같은 아이도.

 

달골을 올라와서야 가마솥방 난로 연탄이 생각났습니다.

“아, 연탄불!”

“갈았어요.”

아이는 소사아저씨의 부재에

그래왔듯 날마다 통로 청소에 짐승들 거워 멕이고 학교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천산원정길에 다정 김규현샘이 그렸던 타루초를 물꼬에도 걸려고

재봉질을 합니다.

 

재봉질을 했다

 

잘못하는 건 금방인데

 

저녁 내내 그걸 따고 앉았다

 

실수는 찰나인데

 

후회는 길다

 

그가 갔다

 

저녁답에 뜬금없이 퍼뜩 떠오른 사람 하나 있었더랍니다.

 

새벽 2시, 한밤중 주소도 모르는 '그'가 사는 도시로 달려갔지요.

운전이라면 지독하게 싫은데 300킬로미터를 내리 좇아갔지요.

때로 사람은 가장 싫은 방식을 선택하기도 하나 봅니다.

도시로 진입해 그림자 아래 차를 세우고 오기로 한 적도 없는 '그'를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무서움도 입니다.

시끄럽다고 끄고 싶었던 네비게이션이 켜져 있어 외려 고맙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가 오지 않을 줄 아니 돌아오지요.

갔던 고속도로 나들목을 다시 나오는데,

계산원이 환하게 인사를 합니다

- 늦은 밤인데도 환하게 웃고 계셔서 좋네요.

- 아, 네, 감사합니다.

위로가 되데요. 그에게도 던진 말이 무슨 위로가 됐으려나요?

제 그리움이 오래된 옛사랑을 향한 것인지

지금 지나가는 사랑 때문인지

어느새 잊히고

그러다 어머니 생각이 났고

그러다 세상 버린 벗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다만 이 밤에 쓸쓸하였던 거지요.

그 마음 둘 데를 몰랐던 거지요.

 

그리고, 오래 전 시를 썼던 밤들이 생각났지요.

이 봄날의 발랄한 상상들이 시가 되어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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