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12.나무날. 오후 흐림

조회 수 1301 추천 수 0 2012.04.17 02:00:48

 

 

‘우린 모두 미쳤다!’

선거결과가 저를 일상으로 빨리 불러줍니다.

“아, 열나서...그냥 달렸다.”

그렇게 울분에 차, 혹은 비탄에 잠겨 술들을 마셨다는 전갈들을 들었고,

이곳도 그 마음 다르지 않았지요.

“문제는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이지.”

“그런데, 문제는 그게 없다는 거지.”

그런가요...

 

사회 정치 경제에 관심 많은 아이도 선거 결과를 전합니다.

“봐, 안된다니까. 선거구가, 영남이 68석, 충청 강원 호남 제주 합해서 68석이야.

어떻게 해도 진다는 거지.

기본적으로 2-30석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거야.

수도권이란 것도 봐.

여기서(그 지역에서) 올라온 사람들이야.

그래서 보통 1:1.”

“그런데도 왜 기대들을 해?”

“더 많이 이길 거라고, 강원이라든지 이런 데서, 생각하는 거지.

새누리당이 잘하면 150석 못하면 120석, 민주당은 못하면 70석,

최대 잘했던 게 150석이였던가...”

그나마 총선과 대선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 기대라면 기대일까요.

“하지만 박근혜를 이길 그래도 지금 인물이 없잖아.”“부끄러운 일 아니냐? 그리 사람이 없어?

어떻게 아무것도 모르는, 전직 대통령의 딸이라는 것 빼고,

그런 사람이 대선 후보라는 거...“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정치는 밑에 사람들이 할 텐데.

그냥 그 사람은 아이콘일 뿐인 거지.”

음...

 

드디어 전투적으로(?) 일상 시작.

바깥 냉장고(학교에 있는 두 대의 냉장고는 영업용으로 문 네 짝짜리)를

닦아내는 일부터 합니다.

물건들을 다 내고, 칸막이들을 빼내 묵은 때를 벗고,

눈에 보이나 뵈지 않으나 문틈에 있을 곰팡이들을 닦고...

부엌바닥도 쓸고 쭈그려 앉아 묵은 때를 닦기도 하지요.

땀이 배여 등이 간질거렸지요.

 

봄학기 움직임도 점검합니다.

상담들은 메일로 하겠다, 방문자의 날은 따로 잡지 않겠다,

춤명상 워크샵은 셋째 주 흙날에 있다,

주에 닷새는 물꼬에, 이틀은 장애아 동물매개치료로 경주에 있을 거다,

물꼬 주요 일정은 여느 학기처럼 넷째 주말에 놓았다,

머무실 분들은 미리 연락하고 이곳 사정과 조율하시면 된다,

학기 중에 아이들이 머무는 제도는 이제 없다, 알립니다. 

3월은 천산원정길 다녀왔고,

4월은 경주에서 동물매개치료 진행을 돕고,

양양의 구들연구소 무운샘을 방문하는 일과

통영 탈박물관의 갈천샘을 만나고 올 거고,

21일 춤명상 있고,

27-29일은 몽당계자 있지요.

5월 어린이날 행사는 군산에서 품앗이 선영샘 혼례잔치로 대신할 거고,

이어 함평에서 작은 음악회에 참석할 것이며,

7-10일은 울릉도·독도행 잡혀있고,

19일 춤명상 워크샵,

그리고 25-27일은 5월 빈들모임 있습니다.

6월엔 학자들이 만나는 자리에 곁다리로

독일과 스웨덴을 열흘간 방문하는 일이 있습니다.

22-24일 6월 빈들모임은, ‘어른들 중심’으로 모일 량.

시인 이생진 선생님과 가수 현승엽 선생님이 함께 하실 계획이랍니다. 

 

여행 잘 다녀왔냐는 고교 은사님의 안부전화.

퇴임을 앞두고 마지막 근무하시는 학교가 예서 멀지 않습니다.

번번이 당신이 달에 한 차례 안부를 물어오시지요.

“제가 마라톤을 했다 그러면 안 믿어요.”

“약해 보이니까.”

“밥도 못하는 줄 알아요.”

“무슨 공주인 줄 아나, 이 사람들이...”

야단쳐주시고 편들어주시내 내 성장사의 몇 해를 기억해주시는 분.

이제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 이라고 꼭 호칭 붙여 부르시며

말도 놓지 않으십니다.

이런 세월이 고맙습니다

 

여행 다녀와 처음으로 새벽 2시 전에 잠자리에 드는가 싶더니

한밤중 날벼락.

어르신 한 분의 호통이었지요.

여행 다녀오고 부탁하신 일 있는데,

도저히 책상 앞에 앉지 못하고 있는 여러 날이 마냥 흐르고 있었던 겁니다.

해야지요.

 

그 참 재미나지요...

우연들 말입니다. 

오늘 아주 오랜만에 김석환 교수님이 전화를 주셨는데,

몇 차례 이 산골에 머물고 가시기도 하고

그 대학의 예술단을 물꼬 행사에 보내주기도 하셨던,

시집을 냈으나 미처 챙겨 보내지 못했다 하신 전화.

이 봄이 다 가기 전 큰 시인 한 분 우리 산마을에 오신다 소식 전하니,

“저랑 친해요. 댁도 가까워요. 그날 뫼시고 가면 되겠네요.”

하십니다.

아까는요, 점심을 먹고는 운동장에서 잠시 볕을 바랬는데요,

이런 계절엔 안이 더 춥잖아요,

마침 우체부가 다녀갔습니다.

책방 앞 제비꽃 곁에서 보라색 치마를 입고 제비꽃처럼 앉아

제비꽃 같은 우편물 하나를 뜯으니

10년 연애 끝에 혼례를 올리는 제자 같은 후배의 예쁜 혼례소식.

5월 5일 군산에서 잔치를 한다는 겁니다.

마침 그날 함평에서 노래하는 음유시인이 초대를 해줬는데,

먼 길 나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 했는데,

함평에서 군산까지면 한 시간,

가라고 청첩장도 왔나 보다 했지요.

 

앙망했던 노시인은 이런 이야기들을 읽으시며

“이 글을 잘 다듬으면 시가 되겠네요.”

“그렇게 쓰세요. 그 방황이 재미있어요.”

“그런 식으로 시를 모아보세요.”

“이 편지도 시로 꾸며보세요.”

격려하셨습니다.

그런데요, 그게 말이지요,

제가 사는 게 시라니까요,

삶으로 시를 쓰느라 글로 시가 아니 되는 것입니다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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