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이라고 일어나보니 어머니는 벌써 학교 마당에 가 계십니다.
벌써 기도를 끝내고
부엌을 오가고 계셨지요.
이른 아침 소금물을 풉니다.
해뜨기 전 풀어야 소금이 다 녹는다지요.
어느 해, 해 오른 뒤 풀었던 소금이 녹지 않아
정말 그런 갑다 하게 된.
항아리에 메주를 담고 자른 대나무를 걸치고 돌을 야물게 누른 뒤
소금물을 부었습니다.
거기 숯을 띄우고 마른 고추를 띄우고 깨를 뿌리고...
올해는 잊지 않고 메주를 둘 남겼습니다.
지난 해 고추장을 담그며 메주가루 없어 아쉬웠더라지요.
잘 매달았다가 올해 담는 고추장엔 우리 메주가루 쓰려지요.
“저리 쪼아만 줘도...”
어느새 어머니는 마늘밭을 매고 올라오셨습니다.
반나절은 족히 걸리겠는 일을,
도대체 금시하고 올라오신 것입니다.
얼마나 살면, 얼마나 하면 우리는
우리들 어머니의 일 가락을 따를 수 있단 말인지요.
어머니 기차 태워 보내드리고 돌아와
뒤란 아이들 해우소를 정리합니다.
겨울이 길기도 하였지요.
겨울잠 자듯 보내는 겨울,
이제 겨울 몫만큼 움직여야지요.
쥐들이 견과류들을 훔쳐서 먹은 흔적들이며
정리되지 않고 자꾸 쌓이기만 한 짐들이며
가을 갈무리해서 잘 간수하지 못했던 먹을거리 두엇의 상한 꼴이며
아이들 쓰고 간 뒤 잘 단도리 해두지 못했던 것들이며...
그리고 어머니 드나드신 부엌바닥 흔적을 닦아내지요.
신발 벗고 신기 불편하실 것이라 오셨을 땐 바깥처럼 쓰는 부엌,
그렇게 다녀가신 흔적을 닦으며
‘무식한 울어머니’ 얼마나 더 살아낼 수 있으시려나
맘 울컥하였습니다.
이어 되살림터도 그 결에 정리합니다.
사람 사는 일이 어찌 이리도 늘 쓰레기를 만들어내는지요.
그래도 산골 사는 일이 좀 낫다 싶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털고 분류하고 정리하고 여미고...
그리고, 소사아저씨 닷새의 봄나들이를 끝내고 복귀.
곳곳에서 봄소식입니다.
해를 거른 뒤 드디어 극을 무대에 올린다는 이웃,
오래 준비한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는 선생님,
떠돌던 삶을 정리하고 이제 예쁜 집을 지어 뿌리 내리고
아내로 맞고 싶었던 여자를 곧 들일거라는 벗, ....
같이 기뻐할 일들입니다.
아이들도 이 봄에 훌쩍 자랐을 테지요.
한편, 마음은 자주 먼 곳으로 갑니다,
봄입니다.
어쩌면 지리산, 혹은 제주도를 그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봄이라서, 흔들리기 좋은 봄이라서, 라고 핑계대고
마음껏 흔들리는 봄입니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