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17.불날. 맑음

조회 수 1250 추천 수 0 2012.04.23 00:12:21

 

 

내린 멸간장을 잘 쟁여 넣고

한소끔 끓여둔 묵은 간장도 통에 갈무리를 하지요.

 

서서히 옴작거려 보는...

 

몽당계자 안내부터 합니다.

아마도 몽당계자는 이 봄이 마지막이 될 듯합니다.

그간 모이는 아이들 중심으로 무슨 계모임처럼 했던 몇 해의 몽당이었습니다.

간절히 모이고 싶었던 아이들에게 잠시 만들어준 판이었던 셈이지요.

그 아이들 이제 8학년이 되었고,

이제 몽당은 학기 가운데 쉽지 않을 것입니다.

빈들모임이 그 자리를 채우지 싶습니다.

 

달포의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게 언젠데

이제야 두루 안부를 묻습니다.

글월도 보냅니다.

읍내 나가 인사도 하지요.

물꼬까지 왔다가 헛걸음 하고 가셨던 어르신 한 분 만나,

“아무래도 토굴로 들어가야겠어요.”

대해리로 처음 들어올 땐 깊숙이 들어온다고 왔으나

그 사이 길은 넓어지고 이제 더 이상 오지가 아니라 툴툴거렸지요.

민주지산 산지기답게 아무래도 산에 들어 토굴 지어야겠다 하니

선뜻 그리 하라십니다.

같이 삽 들고 올라가 보자십니다.

일이 그리 되는 것인지.

 

화가도 한 분 만납니다.

잠시 유화를 같이 그렸더랬습니다.

아이에게 겨울 외투를 사 입히셨던 그 마음이

두고 두고 고마움으로 남은 어르신입니다.

일흔에 이르면 전시회를 하기로 하셨답니다.

“이제 삼년 남았네.”.

물꼬에도 그린 한 점 넣어주기로 하십니다.

전시회 땐 빌려드리기로.

 

시인 한분과 통화도 하지요.

술을 빚은 지나간 몇 계절이 있었고, 그 술을 상품으로 낸다는 소식입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좋은 봄입니다.

시집을 보내오신다지요.

 

이 봄 얼굴 내밀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던 벗도 만납니다.

세인트루이스 고향을 떠나 이국에 사는 그니,

모국어가 늘 너무나 그리운 그니.

겨울 이후 얼마나 전화가 잦았는데,

산골을 나가 얼굴 한번 뵈기가 쉽잖았습니다.

중앙아시아에서 보냈던 엽서는 오늘에야 닿았더랬지요.

꺄아악 소리를 지른 우리들.

그래요, 긴긴 겨울이 가고 봄이 왔습니다.

겨울은 겨울보다 더 긴 겨울이었습니다.

 

밤, 멀지 않은 곳에서 벗들이 왔습니다.

천산원정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귀환축하랍니다.

술이며 통닭이며 과일이며가 아이들 이야기만큼이나 넘쳤지요.

물꼬에 대한 애정은 그 보다 더 넘치고.

고맙습니다.

‘흔들리는 이 봄, 날 살려주어 고마우이.’

곧 저녁 낚시 한번 가기로 합니다.

 

 

봄꽃이 피는 까닭

 

 

올해도 두릅꽃이 피었다는 홍천강 편지,

어디 꽃이 거기만 피는 봄이더냐만

 

영동 산골 살구꽃이 다급히 피더라는 답장,

어디 꽃 소식이 다이기만 했겠느냐만

 

고백은 차마 못해도 편지나 한 장 부치라고

꽃이 핀다, 봄꽃이 핀다

 

(2012.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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