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18.물날. 맑음

조회 수 1110 추천 수 0 2012.04.26 01:59:51

 

 

저것들이 저리 지키고 있어서 마음이 어찌나 든든한지,

꽃도 그리 의지가 되는 봄입니다.

할머니라 부르기에도 더 나이든 살구나무 꽃이

온 운동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돌단풍에서부터 붓꽃 매발톱 참나리 모란 금낭화...

우르르 무섭게 잎들을 올리고 있지요.

살아라, 살아라 하며 오르고 있습니다.

우물가 곁 비닐하우스 모종포트에도 싹이 오르고 있었지요.

 

6월 빈들모임은

문단의 큰 어르신 한 분 모시고 시가 있는 작은 음악회를 할 것이라 했고,

5월 빈들모임도 대략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사범대 친구들에게 특강을 하기로 하고,

그들은 물꼬 단장에 손발을 보태기로 하였지요.

하여 그들 자리를 빼고 나면 신청할 수 있는 빈자리가 몇 되지 않을 것입니다.

엊그제 우리의 품앗이 주욱샘, 그러니까 이주욱 교수님과 의논한 일이었고

오늘 또 통화가 이어졌더랍니다.

물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래서 덩달아 물꼬를 더욱 아끼게 하는 그입니다.

그리고 4월 몽당계자는 물꼬의 마지막 몽당이 될 것입니다.

학기 중에 산골로 오기 쉽잖을 것이고,

그간 학기 가운데 쉬어가고프다 간절했던 아이들에게 벌여준 판이었는데

주축이었던 친구들이 8학년이 되니 더욱 걸음 어려울 것이고,

하여 그 자리는 빈들모임이 채우게 될 것입니다.

올 봄 몽당계자는 정말 활활 타듯이 보내는 날들이리라, 하지요.

늘 뭔가 찼을 때 다음으로의 이행,

물꼬가 참 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는 일이 늘 얼마나 발목을 잡는데 다음으로 갈 줄을 알아서.

 

지난 한 달 중앙아시아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분이

남도에도 또 계셨습니다.

장애아 동물매개치료에 수년 공을 들이신 분입니다.

이제 그 성과물들 앞에 새로운 일들이 쏟아지고 있었지요.

지난 학기 연을 맺고 함께 움직일 일들에 대해 머리 맞대 왔습니다.

식혜와 아이들을 위한 작은 먹거리를 담아 다니러 갑니다.

학문 쪽을 맡아줄 사람과 현장에서 임상을 맡아줄 사람,

결국 일은 그리 좁혀지고 있었지요.

“옥선생님이 대학을 맡아주시죠?”

사흘 대학을 출강?

늘 제도학교에 들어가길 원치 않아 왔습니다(원한다고 쉬웠겠냐만).

왜냐하면, 물꼬에도 할 일이 많았고, 무엇보다 자유롭고자 하였으므로.

그래서 가끔 강의를 할 기회에도

그저 바깥에서 들어간 강사로 하는 강의가 딱 좋았습니다.

그런데 학문 쪽을 맡아달라면,

이런! 당장은 지금 학위와 물꼬의 경험으로 강의를 하겠지만

오래 있게 되면 창졸히 학위과정을 동시에 또 밟아야할 일이 생겨버리게 되는 것이지요.

정말 그리해야하나, 이제 중심에서 서는 일은 안하고 싶습니다.

좋은 일에 그저 손 좀 보태자 하였던 것인데,

어영부영 중심으로 자꾸 몰리는 건 아닌가, 경계하게 됩니다.

 

소사아저씨도 이 봄이 부산합니다.

엿새 봄나들이 막 다녀오신 참인데

엊저녁 부산 형님 댁에서 급히 찾는 전화가 오고

오늘 그쪽으로 걸음 하시게 되었습니다.

부산에 있던 소사아저씨의 근거지를 처분하게 되는 모양입니다.

‘내’가 ‘내’ 삶에 부산할 때

다른 이들은 또 그들 삶에 부산합니다.

생은 저마다 그리 흐르지요.

이리 엄살 부릴 일도 아닌 게다, 하며 자신을 다독여주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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