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싹이 오르고 있습니다...
곡우, 걸맞게 잔비 내립니다.
봄비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
조기 중에 으뜸으로 치는 조기도 곡우사리,
알 많고 맛 좋다고.
이즈음 채엽한 어린잎을 덖으면 우전, 즉 세작일진대
이 봄 지리산 들어간 벗은 차를 덖었을 려나요.
남해를 떠나 영동까지,
올라올수록 밝아지는 하늘이었습니다.
새벽 산사 마당을 걸었습니다.
예불은 이미 끝났으나 아침은 멀었더랬지요.
비바람에 떨어진 꽃잎들이 진 자리,
쓸쓸하다거나 아프다거나,가 아니라
그리 담담한 풍경일 수가 없었습니다.
산사가 주는 평화 때문이지 않았을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산사로 오는 모양입니다.
남해의 한 암자에서 아침공양을 하고
스님과 마주 앉았다가 길을 나섰더랍니다.
남해의 한 중학교에도 들렀습니다,
아이가 남해에 얼마쯤 머물 일이 생길 듯도 하여,
그때 너무 외롭지 않도록 아이들과 함께 있어도 좋겠기에.
담당교사가 텔레비전에 나왔던 아이를 알아봅니다.
재밌습니다.
아이도 그곳의 외국인 선생들을 만나 유쾌해했고,
그 학교 역시 그러합니다.
아이는 산골을 떠나 잠시 제도학교에서 지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돌아오니 달골 들머리의 하다벚꽃이 만개합니다.
꽃잎의 빛으로도 어둠을 밝힐 수 있음에 또 새삼스런 감동 입니다.
2007학년도에 ‘첫걸음禮(예)’, 그러니까 개강식에 심은 벚나무이지요.
비탈에 선 한 그루는 아직도 고만고만한데,
하다로 이름붙인 그것은 하다 마냥 그리 굵습니다.
아이가 자주 그랬지요,
“이야, 나 크듯이 크네.”
고성 탈박물관 장승학교에서 온 꼬마 장승들, 갈천샘이 나눠주신,
달골 들머리에 부려놓았지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가마솥방에는
서울서 이생진 선생님이 보내주신 시집 <반 고흐, ‘너도 미쳐라’>와
화순서 정윤천 시인이 보내주신 <십만년의 사랑>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귀한 글들을 너무 쉬 얻는 건 아닌지.
잘 읽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