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28.흙날. 맑음

조회 수 1091 추천 수 0 2012.05.12 02:35:57

 

 

몽당계자 이튿날.

아침 해건지기,

아이들과 수행방에서 절 백배와 호흡으로 아침을 엽니다.

 

‘캐는 봄’.

봄나물을 캤지요.

원추리며 냉이며 꽃다지며 논미나리며 이미 웃자란 것들은 눈구경만 하고

달래도 몇 뿌리, 쑥도 뜯고,

두릅이며 파드득나물은 소사아저씨가 챙겨오셨지요.

아이들 곁에서 어른들은 봄 들일을 합니다.

상민샘은 교무실의 중심 컴퓨터의 문제를 해결해주고(올 때마다 그의 일입니다)

살이 하나 부러져있던 파라솔을 고쳐도 주었지요.

늘 감동인 그의 손재주.

 

점심으로 국수를 먹습니다.

부추를 넣은 물국수와 봄나물을 여럿 곁들인 비빔국수.

딸기를 후식으로 먹으며

아이들이 적으니 적은대로 풍성한 과일이 따를 수 있어 것도 좋다 했지요.

“요새 참외 비싼데...”

“민혁아, 그걸 네가 어찌 아니?”

“저희 집에 참외 많은 걸 보고 누가 와서 그랬어요,

 비싼 참외가 왜 이렇게 많냐고.”

그 참외도 풍성하고 오렌지에 방울토마토에...

 

‘먹는 봄’.

점심을 먹고 운동장에서 공을 따라다니던 아이들 계곡까지 좇아갔다 와

봄꽃들을 땁니다, 화전을 위해.

화덕에선 쑥버무리를 하고,

아이들은 식탁을 사이에 두고 화전을 부칩니다.

“뭐를 가지고?”

“‘인내심’을 가지고!”

꽃잎을 붙인 뒤 일이초만 뜨거운 김을 쐬서 얼른 뒤집으라 합니다.

찹쌀 반죽이 좀 뻑뻑해서 과자처럼 되고 있었지요.

그래도 고운 꽃밭이었답니다.

참, 쑥버무리는 글쎄, 멥쌀주머니에 찹쌀가루가 들어있어

그만 쑥인절미가 되어버렸더랍니다, 에고!

“그래도 맛있어요.”

 

저녁을 먹고 달골 베개싸움 예비전으로 모둠방에서의 베개싸움,

분위기를 한껏 띄워준 상민샘이 있었지요,

마당에 불도 피웠습니다.

불가에 어른 넷 아이 셋이 둘러앉아

익어가는 고구마내를 맡으며

불장난도 하고 인디언놀이도 하고...

멀리 소쩍새 울고,

가까이는 개구리 덩달아 노래 불렀더랍니다.

 

달골에서 베개싸움 세계대전이 있었고,

일곱이 모두 달골에서 잔 밤이었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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