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30.달날. 맑음

조회 수 952 추천 수 0 2012.05.12 02:39:32

 

 

초여름입니다, 대해리도 서울도.

어디는 30도였더라나요.

헌데 아이가 어제 들어간 남해는 종일 비 내리고 쌀쌀하였다 합니다.

이 즈음이라면 섬에선 고사리장마라던가요.

 

‘발해 1300호’ 모임이 있었습니다.

정기모임은 아니고 천산원정대 무사귀환 축하쯤 되는.

같이 나눔문화재단의 라 카페 갤러리에서 하는

‘구름이 머무는 마을 파키스탄-박노해사진전’도 보고

새벽 3시가 넘도록 교육과 발해 1300호와 이 시대를 논하였더이다.

 

오고가는 차에서 원로 소설가의 근작을 읽었습니다,

최근 영화로 만들어진.

내일 밤, 샘들 몇과 그 영화를 보기로도 하였지요.

옅은 젊은 소설가들의 소설(그래야 몇 편 되지는 않는)에 심드렁했던 몇 해,

어쩌면 소설이라면 이만큼은 돼야지 하는 기준이라도 제시하듯

소설은 꽤 탄탄도 하였습니다.

소설가라면 소설을 잘 써야지요,

시인이라면 시를 잘 써야 하고 가수라면 노래를 잘 해야지요,

선생이라면 아이들을 잘 가르쳐야 하듯이.

잘 읽었습니다.

 

p.67

천박한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일수록 천박한 짓과 천박하지 않은 짓을 악착같이 나누려고 한다는 것은 내가 혁명을 꿈꾸던 젊은 날 배운 것이었다. 지식인들은 더욱 그러했다. 그들은 천박한 자신의 욕망을 갖은 말로 치장해 감추면서, 세상에 대고 밤낮없이 두 개의 나팔을 불었다. 이를 테면 천박한 자라고 판결을 내리는 자에겐 트럼펫을 불고, 천박하지 않은 자라고 판결을 내린 자에겐 우아하게 색소폰을 불어대는 식이다. 그런 자 중에서 자기 판결의 확고한 명분을 갖고 있는 자는 사실 드물다. 명분이야 난무하지만, 대개는 눈치로 때려잡는다. 좀더 깊이 알거나 좀더 영향력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 어떤 지점을 향해 색소폰을 불었다 하면 그제야 너도 나도 줄지어 집중포화로 포즈도 우아하지, 색소폰을 일제히 불어젖힌다. 천박하다고 판결해, 트럼펫을 불어야 할 때는, 그 짓조처 오물을 뒤집어쓸지 몰라 조심조심하다가 최종적으로, 침묵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지식인 사회의 은밀한 불문율을 따라가고 마는 것도 그들이다. 내가 필명을 적요라고 정할 때, 사실 나는 그런 지식인 사회의 구조를 명백히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들이 온갖 소음의 진원지라는 것을.

 

p.109

과거를 기록하는 역사의 문장과 오늘을 사는 생생한 삶의 문법 사이는 별과 별처럼 멀다.

 

p.131

생은 결과적으로 내게 아무런 위로도 주지 않았다.

 

p.251

노인은, 그냥 자연일 뿐이다. 젊은 너희가 가진 아름다움이 자연이듯이, 너희의 젊음이 너희의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노인의 주름도 노인의 과오에 의해 얻은 것이 아니다.

 

소설 <은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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