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7.달날. 맑음

조회 수 1131 추천 수 0 2012.05.18 01:13:14

 

 

내일은 탈상

오늘은 고추모를 옮긴다

 

홀아비꽃대 우거진 산기슭에서

바람이 내려와

어린 모를 흔들 때

 

막 옮기기 끝낸 고추밭에

편편이 몸을 누운 슬픔이

아랫도리 서로 묶으며

고추모 사이로 쓰러진다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남녘땅 고추밭

햇빛에 몸을 말릴 적

 

떠난 사람 자리가 썩는다

붉은 고추가 익는다

 

(허수경의 ‘탈상’ 전문)

 

소사아저씨 고추모를 심으셨다는 소식 들으며

‘탈상’을 표제시로 한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시인은 어느 날 뮌스터로 떠났고,

고고학을 공부하며 독일인 지도교수와 결혼을 했고,

그리고 모국어 감각 잊지 않으려 썼다는 소설을 들고

작년엔가는 한국에 나타났더랬지요.

스물다섯에 서정성과 민중성과 여성성을 담지한 시집을 내놓으며

우리들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든 그.

그 나이에도 그런 질퍽한 노래를 부를 수 있음에 놀랐던...

 

‘오징어 배는 해뜨기 전에 오징어를 내려놓고 술부터 시작했고

오징어는 시멘트바닥에서 파닥이다 그날로 줄에 매달’린 (이생진의 ‘울릉도’ 가운데서)

울릉도입니다.

‘무식한 울 어머니’의 해를 넘긴 칠순 여행에 동행,

이른 아침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포항을 떠나

울릉도로 들어갔습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가재굴바위와 거북바위가 있는 통구미마을에서

어머니 싸오신 점심을 먹었지요.

“그런 거(음식준비며)는 니가 하나도 신경 쓸 것 없다.”

어머니를 위한 여행에서 어머니 당신이 싸온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학교도 안 다니고, 포크레인도 운전하고, 사과농장에 일도 하러 가고...

니, 가(그 아이)맞지?”

만물상 전망대에선 류옥하다 선수를 알아보는 분을 만났는데,

육지에서 세 시간을 떠나온 동해 한가운데의 섬에서도 그런 만남 있어

아이는 아주 신기해라 하였지요.

태하향목모노레일을 타고 올라 숲길도 걷고,

노인바위 아래 현포항의 두 등대 사이도 거닐고,

북면의 촛대바위 아래 절벽에 지은 너와집에서 묵습니다.

밤, 천부항을 걷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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