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넘어 남도에서 대해리로 들어옵니다.
며칠 비운 산마을은 녹음 그늘이 한밤에도 느껴져
와락 덮치듯하였습니다.
소사아저씨는 요새 속이 좀 시끄러운 일을 지나고 있습니다.
집안일로 적잖은 마음 고생이지요.
피붙이처럼 서로 의지하고 살기 벌써 십여 년입니다.
그래도 집안일에서야 남은 또 남이라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없고 다만 곁에서 바라만 봅니다.
지난 이십년도 더 넘게 쌓아 오신 감정들을 꺼내고 계신데,
안쓰럽습니다.
혹여 이 일로 그 세월 응어리진 마음이 풀어지는 게 아니라
더 다져지고 깊어질까 걱정이나 겨우 몇 마디 위로가 전부입니다.
“삼촌, 나중에 혹 일이 잘 못되어 삼촌 뜻대로 되지 않아도,
지금 없는 돈 아니에요. 나중에도 없다한들 없던 돈 아이가.
그러면 또 그런대로 여기서 어찌어찌 살아갑시다.”
그래도 모종을 내고 아주심기를 하고 운동장을 오가고 있는 당신입니다.
저녁 6시 30분 포항에 닿자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울릉도 독도 나흘여행이 그리 끝났지요.
‘무식한 울 어머니’를 위한 여행이었으나
오늘 아침도 밥상은 어머니가 차리셨습니다.
나흘을 묵은 절벽 위의 너와집에서 짐을 다 꾸려나와
촛대바위를 보며 저동항을 돌고
내수전 동백나무 숲길을 지나 죽도가 건너다보이는 일출전망대도 올랐지요.
마지막으로 행남해안산책로를 걸었더랍니다.
날이 좋아 고마운 나흘이었습니다.
비 오면 오는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하늘 고마운 줄 아는 산골 삶이라 늘 말하는데,
여행 또한 그러하더이다.
남도의 댁에 어머니를 모셔다드리고
늦은 저녁을 먹은 뒤 떠나왔습니다.
사람 노릇한, 어머니랑 함께 한 첫 여행,
기락샘이 애를 많이 써주었지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