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12.흙날. 맑음

조회 수 1022 추천 수 0 2012.05.23 07:46:14

 

 

이른 아침 달골 햇발동에서 해건지기.

아이들과 대배와 호흡을 합니다.

 

아침을 먹고 아이들과 청주행.

아이가 검정고시를 보겠다 했고, 자기가 알아보고 접수를 해두었던 터.

오늘이 시험 날.

그 사이 다른 아이와 헌책방에서 먼지를 털어가며 책 속에 묻혔고,

늘 그러하듯 묻힌 보물을 찾아왔지요.

돌아오며 아이들과 옥천도서관에도 들립니다.

다시 책 속을 걸어 다니다 돌아오지요.

 

저녁 밥상을 준비하는 동안

아이들은 밭에 가서 풀을 매거나 명상터 ‘소도’의 풀을 뽑았습니다.

열무김치가 잘 익었습니다.

생선과 와인도 상에 오릅니다.

장지은님 보내오신 와인입니다.

 

저녁상을 물리고 아이들과 도란거리며

모시로 바느질을 하나 합니다.

작은 발, 혹은 커튼이 될 것입니다.

늘 뭔가를 만들면 남 주기 바빴습니다,

나하자고 그런 시간을 들이기도 아깝고,

또 나는 언제든 필요하면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그래서 손으로 만든 것들 무엇 하나 남아있는 게 없지요.

하지만 이번엔 이곳의 창 하나에 쓰려고 합니다.

짬을 내기 쉽지 않은 생활이지만

시작을 해놓으면 끝나는 날도 올 테지요.

 

늦은 밤 손님 방문.

소사아저씨 집안일로 온 분입니다.

집 건물 하나를 가지고 팽팽하게 대립된 의견들이 있지요.

늦도록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나 한 쪽만 얘기하거나, 침묵하거나, 서로 다른 생각들.

접점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속에 원치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중재자 역할이 요구됩니다.

뭔가 하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이런 일에는 더 무엇이 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알고서도 해야만 하는 일이 이렇게 있습니다.

우리 사람살이 그러합니다요...

 

11시도 한참 넘어서야 아이들과 달골.

그러나 소사아저씨 집안일로 곧 전화가 따라옵니다.

두 사람이 얘기가 안 되자

학교로 내려와 달라합니다.

그러나 아이들 있을 땐 움직일 수 없습니다, 더구나 밤인 바에야.

그때부터 이제 긴 통화가 계속됩니다.

서로의 뜻은 굽혀지지 않고,

이야기는 처음 시작할 때로부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사람 사는 일이 어찌 이리도 단순치 못하던지요.

 

며칠 전에 주기로 한,

5월 빈들모임에서 같이 일을 수행할 사범대와 하기로 한 협의에

야삼경에야 메일을 보냅니다.

아무래도 그전에 답사를 오기 어려울 듯 보여

활자로라도 최대한 필요한 것들을 정리해보자한 것이지요.

 

달골 햇발동 거실 바닥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카펫 한 귀퉁이가 젖어있기 이틀,

화분에서 흘러내린 물인가 했더니 아닙니다.

어딘가 물이 고이고 스미고 있는 겁니다.

학교의 낡은 살림 아니어도 문제는 여기 저기 일어납니다.

또,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원인을 찾고 해결하게 되겠지만,

이렇게 눈앞에 새로운 문제가 놓이면 더럭 겁부터 나고는 합니다.

어째 이리도 사는 일이 익숙해지지 않는지.

‘용감하려면 두렵지 않아야 하는데 나는 두려운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 일을 해야 한다고 마음먹은 뒤에는

어떠한 댓가를 치르더라도 꼭 하고 말겠다는 신념이 생겼다.’

한 벗이 보낸 샘 칠더스의 글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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