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14.달날. 비

조회 수 1040 추천 수 0 2012.05.23 07:47:50

 

 

“마가린으로 토스트를 하니 맛있더라...”

거기 달걀후라이를 더했더라지요.

류옥하다는 대해리를 나가는 또래 재호와

달마다 한차례 닷새 정도의 나들이를 나가는 소사아저씨를

그리 멕여 내보냈다 합니다.

소사아저씨는 마침 집안일로 서울과 부산을 오르내릴 일도 있으시지요.

작은 땅과 그 안에 작은 집을 갖는 당신의 오랜 소망이

뜻대로 될 수 있기를.

 

여러 가지 색의 모시 조각들이 필요해

직접 서울의 한 가게를 찾아간 걸음이었습니다.

그 길에 만났으면 싶었던 사람 하나 있었는데,

그네가 내부적으로 일이 좀 생겨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더랬지요.

그런데 그 속사정을 몇 낱말로 전하며

아쉬움 역시 몇 문자로 보내왔는데...

아카시아향 빗속에 더욱 진하고 낮은 구름 속 먼산 더욱 가깝네,

오신님 빗속에 가고 그리운 마음 짙어지는 녹음 속에 어이할까나,

닥치는 일들로 건강을 해치지나 않을까 염려 되어 했던 연락이었는데,

그리 여유로 받으니 다행이다 싶데요.

죽는 때에 죽는 소리를 할 수도 있겠고,

죽겠다 할 때 호기를 부릴 수도 있겠고,

죽네 싶어도 뭐 별 수 없지 하고 허허로울 수도 있겠고...

선택은 결국 자신의 몫!

 

젖은 날 기치를 타는 일도 퍽 괜찮았습니다.

영동역에 내려서니 아카시아향 짙게 밀려들었지요.

들어와 교무실에서 기다리는 일들을 하고 있자니

아이가 저녁밥상을 차려 불렀습니다.

요새는 이 아이가 어미를 건사하며 살아갑니다,

하기야 아주 오래전부터도 그러하였지만.

“이모, 조금만 힘내세요. 저희 어머니가 그러시는데요,

조금만 고생하면 ‘인공지능리모콘’을 그냥 얻는 거래요.

금방이래요.”

언제가 갓난 아이를 힘겨워하는 한 후배에게

류옥하다 선수가 그리 위로했더라나요.

정말 인공지능리모콘이 따로 없답니다.

 

아침에 원망과 분노가 담긴 메일을 한통 받았습니다.

간단한 답을 보냈는데, 메일은 수신이 거부되고 있었지요.

소사아저씨의 집안 일로 댁 형제분들이 하고 있는 갈등에

원치 않으나 요구되는 중재자의 역할을 해야 했고,

명쾌하지 않으나 최선이라고 하는 지점을 제시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수용할 수 없다는 쪽의 화, 그런 것들이었지요.

심지어는 외려 소사아저씨를 뒤에서 추동하고 있다는 오해까지.

우리 너무 자주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화부터 내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 너무 쉽게 인연을 끊는 건 아닌지.

오후엔 그 댁 한 어른으로부터 당신 바람대로 하려는 문자가 왔고,

저녁엔 그 댁의 다른 자식으로부터 하소연의 긴 문자가 더해졌습니다.

남의 집안일에 뭐 이러고 있나 싶은 난간함과

내 삶도 무겁다 싶어 배는 약간의 짜증,

내게 닥친 일들로도 충분히 바쁜 삶이라는 툴툴거림...

내가 바라지 않아도 세상일은 그리 나를 얽어맵니다.

그게 사람살이입니다요...

 

물꼬에서 오래전에 분가를 했던 한 후배 가정이

한 마을에서 폐교를 빌려 계절학교를 열고 있었더랬는데,

두어 해전이던가요, 그 학교가 사라졌더랬습니다.

오늘 그 친구네랑 통화를 하는데,

내막을 전해들을 수 있었지요.

“5년하고, 마을에서 재계약을 결사반대하는 거야...”

그러면서 물꼬의 폐교임대 15년,

그 긴 시간에 찬사를 보내왔더랍니다.

“정말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이거 병입니다요, 병...

마감해야 할 원고가 있으면 최대한 미루며 이리 미적거리고 저리 뭉기적거리고,

마치 시험공부를 하려다가 안하던 책상정리에 옷장정리며 해대는 것처럼,

지금 안하면 안 되는 일처럼.

모다 마음이 지니는 부담이란 것 때문에 회피의 감정에서 생기는 일들일 테지요.

아, 그래도 써야지.

시계는 4시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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