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16.물날. 맑음

조회 수 1130 추천 수 0 2012.05.23 07:49:55

 

 

밭이 분주합니다.

감자밭엔 감자 차고 있고,

고추밭 밑엔 오이와 수세미 그리고 단호박이 오르고 있고,

대파도 꽃을 이기 시작했으며,

고구마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고,

마늘은 실해지고 상추와 부추가 푸르르고...

지난 쇠날에는 소사아저씨가 고추밭에 지주대 세웠습니다.

 

아침 해건지기를 막 끝내고 아이는 짐승들 먹이를 주러 갔습니다,

"어머니, 어머니이!"

산마을이 떠나가라 아이가 좇아왔지요.

"병아리 깠어요, 병아리!"

좇아 나가니 아이가 들고 있던 들통을 팽개치고 저도 달립니다.

세상에!

봄이 오고, 암탉 두 마리가 날마다 알을 하나씩들 낳고 있었지요.

그 알을 모아 품을 수 있도록 해두었더니

큰 닭이 품기 여러 날,

아아아아아, 그예 병아리 나왔습니다, 여덟 마리!

아이의 웃음소리를 따라 우헤헤헤헤헤...

그것 보자고 이 봄을 다 보낸 것만 같은...

“세상이 가끔 이런 이벤트도 주어야 살고 싶을 것 같애.”

날마다 닭모이를 챙겨주는 류옥하다 선수의 말이었지요.

 

아이는 그 소식을 글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닭을 키우며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본 경이며

그들이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두드렸는지를.

어느새 사진도 찍어 챙기고 있었지요,

품도록 해둔 달걀 무데기며 태어난 병아리들 사진까지.

얼마나 실한지요,

딴딴합니다.

지난해 봄 사왔던 병아리들의 그 허약함과는 결코 견줄 수가 없다마다요.

아, 저 당당한 생명들이라니...

 

경주에서 수업이 있었고,

고성에서 밤, 수행모임이 있었습니다.

무엇이 진화인지를 생각하게 해준 지난 한 주였지요.

깊어졌는가,

순수해졌는가,

사랑하고 있는가,

그리 물을 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우리는 분명 진화하였을 것입니다.

그러자고 공부합니다.

‘나는 이 시기를 건너가기 위해 바람이 불어야했다...’

아직도 흔들리지만

내 영혼이 잘 건너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들이 솟았지요.

아이도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영적성장을 도울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부모가 해주는 최고의 덕이라 늘 생각해왔습니다.

아이랑 도반일 수 있어 더욱 기쁜 시간들이랍니다.

임은 이미 와 있는데 몰라본다면 얼마나 어리석을까,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하지요.

한동안 수행모임 뒤엔

탈박물관의 관장님이신 갈천샘 댁에서 잠자리를 얻기로 하였습니다.

얼마나 많은 손길이 우리가 가는 길에 등불을 켜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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