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모임이 끝나고 지난 밤,

탈박물관의 관장님이신 갈천샘 댁에서 묵었습니다.

오전엔 얼마 전 박탈 전시회를 끝낸 소영님이랑

같이 박탈을 만들었지요.

언제 짬내서 같이 작업하기로 했더랬답니다.

눈과 입을 뚫은 박에다 종이죽을 붙였습니다.

“사람들이 탈을 만들면 꼭 자기 얼굴을 닮게 만들던데,

옥선생은 하다를, 하다는 엄마 얼굴을 서로 만들었네!”

그랬던가요...

한 주를 잘 말리면 다음 주 수행모임 뒤엔 색을 칠할 수 있을 테지요.

 

“젊은 할아버지도 들어오셨다는데 우리 좀 더 늦게 가면 안돼요?”

할 일이 생겼다지요.

소사아저씨가 이 달의 나들이를 마치고 학교로 들어오는 날입니다.

내일 온다던 걸음을 서둘러 오신 걸 보면

아마도 애타게 기다리던 병아리 소식을 들으셨기 때문 아닐까 싶데요.

아이는 좋은 선생이 되어주고 있는 지호님을 따라

수행 공간의 페인트칠에 동참했습니다.

좋은 일에 자신을 그리 쓰고 싶어 했지요.

다음 주엔 다들 나무를 좀 다루어보기로 합니다.

 

“어서 차로 와보세요!”

고속도로를 부지런히 달려오다 덕유산 휴게소.

마침 빗방울 떨어지기 시작하기 좀 쉬자 하고 건물로 들어갔는데,

곧 전화가 들어왔습니다.

오늘 지역의 귀농인모임에서 여수로 떠나는 봄나들이가 있었습니다.

제가 가능한 때로 잡아준 시간이나

특강이며 수업이며 수행모임으로 동행하지 못하고 말았지요.

그런데 일행들이 영동으로 돌아오며 마침, 그 시간,

휴게소에서 제 차를 발견했던 것입니다.

팔짝팔짝 뛰었습니다,

어찌나들 반갑던지요.

봄날을 환희로 만드는 것이 꼭 꽃만이 아니다마다요.

여행에 함께 하지 못한 이가 셋 더 있었는데,

하여 못간 넷을 위해 마련한 선물인 돌산 갓김치와 황태를

차에 실어들 주셨지요.

 

이용휴(1708~1782)의 <당일헌기>의 일부분을 인용한 글을 보았습니다.

‘그날에는 그날 해야 할 일이 있으므로 내일을 위해 남겨둘 힘이 실로 없습니다.

부디 눈앞의 밝은 날을 빈 날로 만들지 말고 당일로 만드십시오.

하늘이 놀지 않고 언제나 운행하거늘, 사람이 어떻게 한가롭게 놀 수 있겠습니까?’

아, 그래요, 하늘도 놀지 않고 언제나 운행하거늘,

어찌 사람이 한가롭게 논단 말인가요.

더 부지런하련다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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