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19.흙날. 맑음

조회 수 1334 추천 수 0 2012.06.02 10:49:48

 

아, 젖어있던 어젯밤 달골 마당에서 첫 반딧불이를 보았습니다.

여름은 어느새 이 산골짝을 들어와 있었지요.

 

이른 아침을 수행으로 엽니다.

‘소도’에 들어 춤도 추지요.

하지만 발이 영 불편합니다.

어제 풀을 베며 모기에 물렸다고 생각했던 발은

벌이기라도 했는지 풍선처럼 어마어마하게 부었습니다.

어떻게 그리 부어도 터지지 않을 수 있는 겐지,

사람의 피부에 대해 놀라운 시간이라지요.

 

오늘은 농기계 창고를 정리하기로 한 날,

아이랑 소사아저씨는 오랫동안 쓸 일없이 던져둔 경운기며 여러 부품들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손이 늘 모자라는 이곳이니 평소에 잘 정리하자 싶어도

그리 되지 않기 일쑤입니다.

이렇게 정리 한번 해두면 일할 때마다 쓰기 더욱 수월한 거야 두 말의 잔소리이다마다요.

 

춤명상 전, 역 앞에 한의원이 있기 아쉬운 대로 들어갑니다.

이런 일에는 양의가 더 나을 것이지만

아무래도 가까운 곳이 낫겠다고.

침을 맞고 가벼운 조처를 합니다.

피도 좀 뽑았는데, 어째 신통찮습니다.

이러다 더 고생하는 건 아닌지.

(밤, 부기가 더 심해졌네요.

낫기 전의 변화인지, 아니면 더 심각해지는 건지.)

 

춤명상이 있었고 함께 했던 박현정님의 근황을 듣는데,

월드비전에서 일하는 그는 한해 대여섯 차례 외국을 간다지요,

얼마 전 라오스 다녀온 소식을 전합니다.

라오스가 퍽 좁아요.

수도라 해도 자전거로 한 시간이면 족할 걸요.

“우리 선생 하나도 거기 있는데,

코이카로 가 있는 백서현이라고...”

“아!”

만났다 합니다.

하하, 세상이 그리 좁습니다.

그리운 서현샘은 안녕한지.

시간 잘 짜보면 섣달에 라오스에서 볼 수도 있겠다 한답니다.

 

어미가 없는 저녁,

아이는 미역국을 끓여 서울서 내려온 아비며 식구들 저녁 밥상을 차렸답니다.

“오늘 누가 찾아왔어요.”

수원에서 아이 둘 데리고 왔더라지요.

“물꼬 일정을 다 알고 있더라...

춤명상 하시는 날이라 방해 안하려고 조용히 다녀가려고 했다면서...”

학교 들어갈 아이를 둔 부모가 고민하며 그리 돌아보고 있는 모양이데요.

자주도 있는 일이지요.

그렇게 사람들은 곳곳을 찾아다닙니다.

부디 그에게 가장 적확한 공간이 찾아지기를,

또는 방향이 가늠되기를.

 

참, 며칠 전 읍내에서 점심을 먹던 한 날,

보건소 사람 하나가 우리 식구들의 밥을 샀습니다.

뭐 딱히 도와주는 일은 없어도 밥 한 끼는 사고 싶다고,

지난 12월 30일이던가, EBS의 한국기행 영동편 1부에서도 잘 봤다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물꼬를 살리는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3054 2012. 6. 9.흙날. 갬 옥영경 2012-06-12 1210
3053 2012. 6. 8. 쇠날. 비 옥영경 2012-06-12 1008
3052 2012. 6. 7. 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2-06-12 1021
3051 2012. 6. 6. 물날. 흐릿한 그러다 쨍 옥영경 2012-06-12 1052
3050 2012. 6. 5. 불날. 맑음 옥영경 2012-06-12 1141
3049 2012. 6. 4. 달날. 맑음 옥영경 2012-06-12 1041
3048 2012. 6. 3.해날. 맑음 / 봄 단식 이렛날 옥영경 2012-06-12 1083
3047 2012. 6. 2.흙날. 그늘진 하늘 / 봄 단식 엿샛날 옥영경 2012-06-12 1149
3046 2012. 6. 1.쇠날. 흐린 오후 / 봄 단식 닷샛날 옥영경 2012-06-09 1055
3045 2012. 5.31.나무날. 젖은 아침 하늘 / 봄 단식 나흗날 옥영경 2012-06-09 1235
3044 2012. 5.30.물날. 비 / 봄 단식 사흗날 옥영경 2012-06-09 1038
3043 2012. 5.29.불날. 맑음 / 봄 단식 이튿날 옥영경 2012-06-09 1071
3042 2012. 5.28.달날. 마른 하늘 천둥 / 봄 단식 여는 날 옥영경 2012-06-09 1141
3041 5월 빈들모임(5/25~27) 갈무리글 옥영경 2012-06-02 1222
3040 5월 빈들모임 닫는 날, 2012. 5.27.해날. 맑음 옥영경 2012-06-02 1246
3039 5월 빈들모임 이튿날, 2012. 5.26.흙날. 맑음 옥영경 2012-06-02 1192
3038 5월 빈들모임 여는 날, 2012. 5.25.쇠날. 흐리다 갬 옥영경 2012-06-02 1142
3037 2012. 5.24.나무날. 빗방울 잠시 옥영경 2012-06-02 1124
3036 2012. 5.23.물날. 맑음 옥영경 2012-06-02 1087
3035 2012. 5.22.불날. 맑음 옥영경 2012-06-02 101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