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20.해날. 맑음

조회 수 1001 추천 수 0 2012.06.02 10:51:06

 

이른 아침 달골에 식구들이 다 모였습니다.

수로며 두루 살피려지요.

장마 오기 전 일이래도 6월이면 될 것을 이리 서두르는 까닭은

단식 끝낸 6월 초순은 목재며 석재며 며칠 장을 볼 일이 있고,

다음 두 주는 독일과 스웨덴에서 머물기 때문입니다.

빈들모임 맞춰 서둘러 들어올 것이지요.

 

햇발동 거실로 스미는 물이 자꾸 신경 쓰입니다.

일단 빗물 홈통으로 패인 곳이 벽 쪽으로 움푹하여

혹여 거기가 원인인가 해 메우고

홈통을 논물 잡을 때 쓰는 천막호스를 달아 길게 늘어뜨려 봅니다.

그리고 축대의 수로들을 정비하지요.

기락샘은 창고동 지붕에 올라 마른 낙엽송이며 잎들을 다 긁어냈습니다.

그걸 몰라 한 해 물이 폭폭처럼 안으로 흘러내린 밤이 있었더랬지요.

 

풀을 매다 벌레에 쏘인 발은 더 지독하게 부었습니다,

어제 한의원을 들리고도.

하여 사람들이 일을 하는 동안

거실에 앉아 바느질을 하며 이래라 저래라 하는

아주 대궐댁 마님이 되었더랍니다.

 

아침 9시가 좀 넘어

서울서 새벽에 출발한 여준호님 가정이 들어섰습니다.

류옥하다가 내려와 학교를 안내하고 함께 올라왔네요.

호두과자를 사와 좋은 참거리가 되었답니다.

사람들이 일을 하는 동안

이은영님과 학교로 내려와 점심 밥상을 준비합니다.

 

여준호님네는 귀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 귀농운동본부의 한해 일정 프로그램에 참여도 하고,

주말농장에서 농사체험도 하고 있다지요.

몇 곳의 공동체와 산촌유학센터도 다녀보았다 합니다.

두 분 다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던 이들이라

산촌유학센터를 하면 어떨까, 그리 의견을 모으고 있다 했습니다.

마침 물꼬도 물꼬 산하에 생태산촌유학센터를 두면 어떨까,

잠시 논의가 있었던 참이지요.

하여 그네가 그 센터를 맡아 하는 게 어떤가, 그런 얘기 오가는 차에

기락샘의 강력한 반대를 만납니다.

물꼬는 지금 하는 기능으로 충분한데 뭐 하러 또 일을 더 만드는가,

무엇보다 들어오는 이들과 그토록 많이 접해 봤는 걸

무엇 하러 그 어려운 길을 또 가려는가,

도대체 물꼬에 남는 게 뭔가를 되짚어 보자했지요.

그런데, 저는,

아이를 낳는 일처럼 그만 다 잊은 일 되었습니다.

그 숱한 갈등과 그 속의 노여움 혹은 상처들.

그러니 또 물꼬 일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게구요.

얼마 전 아리샘이랑,

물꼬에 오간 사람들이 다 모여 노는 한 때 있어도 좋겠다 하니

(얼마나 즐거운 한 시절이었던가요),

혹여 좋지 못했던 사건을 서로 공유할지라도 이제는 볼 수 있지 않겠느뇨 하니,

선생님은 준비가 됐는데, 그 사람들은 올 수 있을까 도로 묻데요.

시간이 그리 흘렀으니 다들 모일 수 있지 않겠는지요.

아름다운 날들이지 않았던지요.

 

여준호님네 차편으로 서울행,

기차가 편하고 빠를 수도 있을 것이나

얘기할 시간이 더 필요하겠다 싶기도 하여.

승범이랑 승현이랑도 유쾌한 시간이었네요,

뒷좌석에서 바느질을 해가며.

마침 발해 1300호 선배 하나가 영애를 치웁니다.

거기 선배들 모이는데,

혼례식은 못 가도 뵙자 했지요.

아침 10시부터 집을 나온 이들을 가지 마요, 가지 마요, 붙잡아

다행히 인사동에 7시에 닿아 밤 10시까지 얼굴 볼 수 있었네요.

나이 어린 할애비는 있어도 손위 동생은 없는 법이라지요.

한번 형은 평생 형입니다.

아직도 어디 가면 꼬래비일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그래서 발해 1300호 모임을 더욱 사랑합니다,

여러 사람이 물꼬의 논두렁이기도 하고.

발해항로를 따라 떠나 돌아오지 않은 ‘발해 1300호’ 장철수 대장은

당신의 사상과 실천으로도 우리를 끊임없이 환기시키지만

이렇게 일상적인 누림까지 주고 떠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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