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22.불날. 맑음

조회 수 1013 추천 수 0 2012.06.02 10:53:16

 

풀, 풀, 풀들...

호박 둑에도 옥수수 둑에도 완두콩과 열무 이랑에도

온통 풀들입니다.

뽑아야지요, 뽑지요, 또 오르겠지만.

 

요새 아이는 엄마가 읽던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엄마의 책꽃이거나, 혹은 입에 올렸던 책을 지역 도서관에서 찾아.

그것은 엄마를 많이 이해하는 기재가 되어주거나

혹은 엄마의 사상검증(?)의 과정이 되기도 하지요,

엄마의 생각이 그저 개인의 고립된 사상이 아니라 보다 보편적일 수 있다는 뭐 그런.

그리고 아이도 그 생각들을 헤아리며 공유하기 시작합니다,

일찍이도 그러하였으나.

얼마 전의 책꽃이에서 뽑은 한 권도 그러하더니

오늘은 지역도서관에서 또 한권을 들고 왔네요, 엄마가 들먹이던.

아이 나이 열다섯.

아이가 크고 그리 생각을 나누는 시간들이 고맙고 좋습니다.

 

오늘은 풋마늘을 한 아름 뽑았습니다.

데쳐 무쳤지요.

올 봄 첫 풋마늘 음식이었더랍니다.

‘무식한 울 어머니’ 남도에서 보내오신

열무김치와 양파간장장아찌도 밥상에 올렸네요.

우리 것들도 있으나 어찌 어머니 것에 비길라구요.

최근 몇 해를 빼고 언제 반찬 한번을 해서 보내줘 봤냐고,

그런데 어떻게 며느리는 시집 와서부터 이적지 김장을 다 해서 보내냐고,

얼마 전 어머니 칠순여행에 동행하며 오랜 감정을 드러낸 적 있었거든요,

무슨 말 끝에.

그게 어머니 맘에 걸렸던 겝니다려.

에고, 딸년이란, 하기야 아무 딸이나 그럴려구요.

죄송합니다.

 

오늘은 읍내에서 여러 일들이 꼬리를 물고 기다리고 있었네요.

세무서에서 물꼬의 고유번호증 갱신이 필요했고

(수익사업을 하지 않는 비영리법인 및 국가 기관 등: 본점),

달 안에도 여러 차례 안부를 물어 오시는 가까이 사시는 은사님이 준비하신

점심 밥상을 그예 받았네요.

늘 송구한 당신이십니다.

옳은 길을 걷다보면 다 잘 되는 날 온다,

먼저 모범을 보이고, 그래서 대장이 고달픈 거다,

진리들을 늘처럼 새겨주시고...

“이제 자주 보겄네...”

퇴임하면 자리 잡으실 곳이 마침 옥천이라 그 땅도 보여주셨습니다.

내가 잘하는 게 있다면 다 당신들의 은덕일지니...

고맙습니다, 제 성장에 함께 해주신 시간들.

 

읍내 젓갈 아줌마네도 들립니다,

김장철이며 때마다 좋은 안내자이고 여러 가지를 나눠주시는.

마침 아저씨가 중장비를 다루는 일을 하고 계셔

내년 봄 집 지을 때 쓸 잡석을 여쭤보러 갔지요.

오늘은 당신 한가한 틈에 살아오신신 세월을 듣습니다,

안마를 해드리며.

당신 손수 뜨개질한 소품들을 선물로도 받고.

고마운 인연들입니다.

 

천 찾아 삼만리.

면직물을 좀 살 일이 있었는데,

인터넷이 젤 편하겄지요,

그런데 급박하게 필요하면 할 수 없이 읍내에서 찾습니다.

옥천을 다녀오는 길에도 몇 곳 돌고 영동도 돌았으나 찾을 수 없던 것을

한 곳 후미진 언저리에서 발견합니다.

제겐 병원 같은 무슨 복지가 문제가 아니라

바로 이런 일들이 시골 사는 어려움이라지요.

최근에도 바느질 하나 하는데 그 천을 사러 서울까지 가야했더랬네요.

면직물에 수를 놓고 수행모임에서 쓸 깔개 둘을 만든 밤.

 

발 부기가 조금 가라앉았습니다,

아직도 땡글땡글하나.

별일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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