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들모임이 있는 날.

달골 청소를 이른 아침부터 합니다.

11시 10분 전, 예정대로 빈들모임에 먼저 들어오는 이들이

이고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면소재지라는데,

아직 창고도 해우소가 남았습니다.

그런데, 들어가니 깔끔했지요.

쌓인 먼지만 후루룩 씻어내면 되었습니다.

이전에 잘해둔 청소가 고마웠다마다요,

덕분에 이리 바쁠 때 그저 위에 먼지만 닦으면 되었으니.

시간을 그리 벌었습니다.

‘무식한 울 어머니’ 일 끝낸 뒤 늘 하시는 말씀,

잘 정리하고 씻어두어야 다음 일할 때 쓰기가 좋다셨더랬지요.

 

이번 빈들모임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고 보니 작년 5월의 빈들도 그러하였네요, 마흔에 가까웠지요, 아마.

이번에는 더 많습니다.

충남대 사범대에서 스물 학생에 인솔교수님,

그리도 다른 지도교수님과 그의 가족,

아이 둘을 거느린 세 가정과 여기 식구 넷,

무려 마흔이군요.

여느 빈들모임 스물의 두 배.

부산키도 하겄습니다.

 

11시를 갓 넘기며

충남대 사범대 20명의 학생들 그리고 인솔자 이주욱교수님 들어섭니다.

참가 신청자가 무려 마흔이어 다 가도 되냐 연락이 왔더랬지요.

“다음 기회에 오면 좋겠네요.”

그런데, 그 가운데 인물로 선발했던가요, 어찌 저리들 잘 났는지요.

선남 선녀가 열씩입니다.

충남대 사범대 차원에서 이번에 하는 페인트 작업의 모든 준비물과

차량과 학생들 간식이 지원되었네요.

곧 MOU를 체결키로도 하였지요.

(MOU Memorandum Of Understanding: 양해 각서. 행정기관 등의 조직간의 합의사항을 적은 문서로서, 보통 법적 구속력은 갖지 않는다. 합의각서라고도함. 기업들이 대형 국제 공사 발주시도 사용. 국가간은 양해각서라고하며 정부간 외교문서 작성이전이나 외교상 각서 협의서로써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가간 이행을 위한 약속된 협의사항)

“선생님 짬나실 때 학교로 오셔요!”

조만간 충남대에 걸음키로 하였지요.

주욱샘과 날 좋은 5월 대학생들 몇 데려다 물꼬 청소 좀 하자,

그리 의기투합했던 일이 이리 커지게 되었답니다.

그를 만나고부터 그를 통해 늘 ‘진취’를 생각한다지요.

 

아, 그리고 이주욱샘의 선물!

계자에 아이들이 쓸 수 있도록 준비해준 신기한 종이모자 한 상자,

그리고 아보카도.

제가 여름에 먹는 아보카도를 사랑하는 줄 일찍이 아는 그가

또 잊지 않고 지난해 여름처럼 그리 아보카도를 한아름 챙겨왔더랍니다.

아보카도도 아보카도지만 그 마음이 어찌나 고맙던지요.

하자고 들면 교수라는 자리가 또 얼마나 바쁘던가요.

야간의 대학원수업까지 요새 일 많은 그를 너무 잘 아는데...

 

잠시 류옥하다의 학교 안내가 있었고,

수행방에서 짧은 강연(이라기보다 안내모임)이 있었더랬답니다.

다음은 점심 전, 먼저 몸을 움직이기로 하였지요.

“우리 전략입니다, 배고플 때 밥 내는 거.”

오래 비워두었던 고래방 청소와 숙제 같았던 가마솥방 유리창 닦기,

평상 아래 풀뽑기, 이불방의 베개와 이불털기.

그리고 달골 창고동에 벽화를 그릴 이들은 벽 앞의 나무를 치우러 올라갔지요.

새들이 흥을 돋우고,

아카시아 꽃잎이 눈처럼 날렸습니다...

 

푸성귀로 차린 점심을 먹은 뒤 다시 하던 일로 돌아갑니다.

늘 이곳에서 하는 인사,

“다들 못 먹고 산 게야.”

아무래도 밥깨나 먹겠습니다,

양을 좀 더 많이 해야겄다 싶은 저녁이겠습니다.

 

본격적인 벽화작업도 진행되고 있었지요.

간장집 문, 본관옥상 가장자리, 해우소 내부 칸막이 벽면, 달골로 나뉩니다.

간장집, 운동장 건너에 있는 제가 쓰는 사택입니다.

부엌문이 너덜거리던 것을 언젠가 형길샘이 합판으로 막음해주었고,

다시 여러 해,

 

새참을 먹을 녘,

충남대 사범대 교육학과 허창수 교수님과 가족들 다녀가셨습니다,

얼음에 담긴 곡주들과 수박을 실어.

학생들이 제 손을 덜어준다고 컵라면을 사왔네요.

그래도 사람이 더 많습니다.

마침 라면 있어 끓여 보탰지요.

주욱샘, “물꼬에서 라면을 다 먹어보네요.”

뭐 그런들 어떠나요.

그래도, 잠시 다녀가는 분들께는 죄송.

주욱샘도 그 마음 알았는지,

“아이고, 점심 때 우리는 완전 유기농,

여기서 다 기른 걸로 화려한 채식밥상이었는데...”

 

빈들모임에 함께 하는 가정들이 늦습니다.

명절 때보다 더 막힌다는 전갈,

저녁을 같이 먹기도 어려울 것 같다 했습니다.

니머지 한 가정은 내일 오전 9시경 들어오기로 했더랬고.

 

어둡도록 작업하고 늦은 저녁을 먹습니다.

사람 많으면 일도 많고 탈도 많지요.

한 친구의 스마트폰이 해우소에 빠져 곤혹을 치른 사건도 있었습니다.

뒷주머니에 넣은 줄 모르고 그리 되었던 모양입니다.

대부분은 굳어진 똥더미 위에 살짜기 얹히고

그걸 살포기 꺼내면 되었는데,

이건 세로로 떨어졌던지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버린 것입니다.

그래도 똥바가지로 이리저리 휘저어보았건만

결국 찾지 못했네요.

다행히 보험에 들었더랍니다.

에고, 좋은 일하러 와서...

 

저녁을 먹고 수행방에 모입니다.

춤명상.

곧 석탄일, 그 의미를 살려 연꽃이 중심이 놓여

우리들의 춤을 도왔지요.

그대로 하루 갈무리.

짧은 시간이나 짧지 않은 하루였습니다,

꽉꽉 밟아 채운 것만 같은.

 

그때, 대해리 선술집이 가마솥방에 문을 열었습니다.

마당 한가운데 젊은이들을 위해 낡아 부순 평상의 나무를 쌓았지만

모닥불 피우고 놀기엔 너무 늦은 밤이었네요.

그 불 피우러 다시 와야지요, 뭐.

마침 때맞춰 선술집에 들어선 이성화님과 유설샘네.

안미루님, 김형동님, 소울 소윤 왕현 태임들 들어온 거지요.

주욱샘의 진행으로 모두 한 사람씩 나와 자기 소개를 하는 것을 보고

달골로 향했습니다.

선술집 대신 달골에선 아줌마들을 위한 카페가 열렸더랬지요.

마을이 오래 술렁이더니만 선술집은 새벽 세 시 다 되어 문이 닫혔다나요.

 

새벽 03:25 내려가 보니,

이미 학교가 고요하였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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