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개구리들이 밤 되었다 울어대더니

어느새 그들도 잠이 들었나 봅니다...

 

아침, 아이들에게 달골 햇발동 2층 욕실 천장을 닦아 달라 부탁합니다.

한 녀석이 닦고 다음 녀석이 또 닦고.

언제 적부터 검은 점 곰팡이들이 그리 잠식해들었던 걸까요.

문득 고래드니 오글오글 그리 모여 있었지요.

우리가 돌아서 있는 그때, 스윽 스며드는 것들이 우리 삶에 어디 한둘일까요.

 

아침 해건지기-대배 백배와 호흡.

좀 낫습니다, 어제는 힘에 겹더니.몸이 자리 잡는 것일 테지요.

봄 단식 나흗날입니다.

 

뒤란의 풀을 정리하기로 한 날입니다.

식구들의 뒤란을 공략하는 동안 밥상을 준비합니다.

향으로도 밥을 먹지요.

사람들은 단식하며 어떻게 요리를 하느냐 하지만

외려 그게 더 낫습니다,

혹 속이 울렁거릴 때 가라앉혀도 주고.

단식할 땐 음식 하는 손도 더 정성스러워집니다,

다른 일들도 그러하듯.

아무래도 힘으로 후루룩 하던 일들을

기운이 좀 빠져 느릿느릿하다보니 더 그런 듯.

단식 기간 동안 하루 한 끼 밥상 차리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식구들이 차려먹지요.

오늘은 만족스런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먹을 게 있는데 굶는 것과

먹을 게 없어 굶는 것의 차이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전자가 더 쉽다마다요.

열흘 굶으면 남의 집 담 넘지 않는 이 없다 했던가요.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았지요.

그간 그저 좋은 수행법으로 단식을 했는데,

‘밥’에 대해 이리 절절히 고민해본 적 없었던 듯합니다.

 

교무실, 6월 빈들모임에 대해 몇과 일정 논의가 있었습니다.

아, 전화로요.

교무실 밀린 일들과 서류더미도 하나씩 헤쳐나가고 있지요.

6월 빈들모임 닫는 날은 단오입니다.

수리떡을 낼 것이고, 이생진 선생님 시집을 선물할 생각이며,

오는 이들 모두에게 단오부채를 선물하려합니다.

물꼬의 오랜 바깥샘 미죽샘이 그림을 그리기로 하셨지요.

교무실에서 처리할 세금도 챙기는 오늘이었습니다.

“너랑 참 안 어울리는 일을 하고 있구나.”

마침 전화를 한 선배가 그랬습니다.

수리적이지 못해 가장 못하고 안 어울리는 일,

그러나 하면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고,

세상 사람들 다 하고 사는 걸요,

다만 귀찮은 일이었던 게지요.

단식을 숙제하기 좋은 시간이기도 하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3614 5월 빈들모임(5/25~27) 갈무리글 옥영경 2012-06-02 1221
3613 2012. 5.28.달날. 마른 하늘 천둥 / 봄 단식 여는 날 옥영경 2012-06-09 1139
3612 2012. 5.29.불날. 맑음 / 봄 단식 이튿날 옥영경 2012-06-09 1071
3611 2012. 5.30.물날. 비 / 봄 단식 사흗날 옥영경 2012-06-09 1038
» 2012. 5.31.나무날. 젖은 아침 하늘 / 봄 단식 나흗날 옥영경 2012-06-09 1234
3609 2012. 6. 1.쇠날. 흐린 오후 / 봄 단식 닷샛날 옥영경 2012-06-09 1054
3608 2012. 6. 2.흙날. 그늘진 하늘 / 봄 단식 엿샛날 옥영경 2012-06-12 1148
3607 2012. 6. 3.해날. 맑음 / 봄 단식 이렛날 옥영경 2012-06-12 1083
3606 2012. 6. 4. 달날. 맑음 옥영경 2012-06-12 1041
3605 2012. 6. 5. 불날. 맑음 옥영경 2012-06-12 1140
3604 2012. 6. 6. 물날. 흐릿한 그러다 쨍 옥영경 2012-06-12 1051
3603 2012. 6. 7. 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2-06-12 1021
3602 2012. 6. 8. 쇠날. 비 옥영경 2012-06-12 1006
3601 2012. 6. 9.흙날. 갬 옥영경 2012-06-12 1209
3600 2012. 6. 9 ~ 21, 독일과 스웨덴에 있습니다. 옥영경 2012-06-12 1151
3599 2012. 6. 10-20.해-물날. 무지 더웠던 내내 때로 구름 드리우고 바람 불고 해나고 소나기 내렸다고 옥영경 2012-06-27 1085
3598 독일과 스웨덴, 잘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옥영경 2012-06-27 1093
3597 2012. 6.2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2-07-02 1044
3596 2012. 6.22.쇠날. 맑음 옥영경 2012-07-02 996
3595 2012. 6.23.흙날. 날은 어찌 그리 절묘했던가 / 시와 음악의 밤 옥영경 2012-07-04 137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