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감꽃과 줄을 타는 들장미로 6월이 열립니다.

식구들과 대배 백배로 아침 해건지기.

아침마다 맨발로 내려오는 산길,

저녁마다 아이들과 어깨겯고 오르는 산길, 좋습니다.

“뽑아버리고 싶어요.”

영빈이는 오늘 아침 달골을 내려오며,

지칭개며 개망초며 엉겅퀴 같은 키 큰 풀들을 가리켜 소리쳤지요.

이제 그 아이 눈에 풀이 보이는 겁니다,

몇 날을 풀이랑 씨름했다고.

언젠가 물꼬를 만난 뒤에야 아이들이 길에 보이더라던 사람이 있었지요.

사물이나 일이 그 사람의 인식세계로 들어가는 때가 그리 있습지요...

 

봄 단식 닷새째.

여느 때라면 같이 하는 이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멀리서 메일을 통해 안내를 받기도 하고,

찾아와 곁에서 자기 몸에 맞게 사흘씩 닷새씩 하기도 하지요,

식구들이 함께 하기도 하고.

그런데 이번에는 홀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단식은 소금 없이 물만으로 하고 있지요.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잘 살펴봅니다.

날이 흐를수록 기운이 떨어질 것 같지만

닷새쯤 되면 근기가 살아납니다.

더 질긴 힘이 올라오지요.

그게 ‘생명’이구나 싶습니다.

 

식구들은 간장집 뒤란 잡초를 손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가끔 힘을 쓸 일이 있으면 아이들을 부르지요.

영빈이 와 있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오전, 교무실 중심 컴퓨터에 문제가 생겨 수리기사가 다녀가고,

글 좀 쓰고,

그리고 점심 밥상을 준비했습니다.

“반찬 많은데 왜 또 하세요?”

영빈이가 들어서며 그랬습니다.

밥 때가 되면 돕겠다고 가마솥방을 들어오는 그이지요.

장차 요리사를 꿈꾸는 그입니다.

“맛있는 거 멕이고 싶어서...”

잡곡밥, 아욱된장국, 열무 갓김치, 무생채, 콩나물무침, 상추겉절이, 감자 볶음,

두부조림, 콩자반, 파래무침, 참치볶음고추장...

비벼도 먹고 그냥도 먹습니다.

 

밥상 앞에서  또 생각난 사람이 있지요,

못 먹고 사는 것도 아닌데.

‘며칠째 집에도 못 가고 양말도 사흘째 못갈아 신고

일에 지쳐 감정도 지치고

발끝의 피가 머리로 솟구치는 것을 느끼며

차라리 내가 잘못한 거라면 좋겠는데

오랜 기간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한 기분 풀 수가 없다’며

자신의 ‘관리가 필요하다’, 들어온 문자 하나가 그랬습니다.

돌아보면, 바람이 불어야 했습니다, 내 성장을 위해.

일천한 경험이나, 모든 것 지나갑디다.

그러나 답 한 줄 보내지 못하고 기도만 했습니다.

그 터널을 지나는 이는 얼마나 힘에 겨울 것이냐, 무슨 말인들 위로가 될 것이냐,

건강 해치지나 않길 기도하고 또 기도했지요.

그저 밥이 보약일 것을 어디서 잘 먹고나 있을지.

내 밥도 '무식한 울 어머니'며 누군가가 그리 마음 쓰고 있겠다 싶어

마음 울컥하데요.

 

자신은 잊은 일을 곁에 사람들이 더 잘 기억해서 놀라는 때도 있지요.

‘단식하고 있겠구나, 이번에는 물 잘 가려 먹고.’

그래요, 그런 적 있었습니다.

어느 해 단식 잘 끝내고

회복식을 시작하는 첫날이었던가요,

오래 고여 있던 물을, 아마도 상함직한, 마시고

입가로 도로공사가 일어났던 그때를

난 잊었으나 그가 기억하고 있었던 겝니다.

사는 순간순간이 참 경이입니다요...

더 지극하게 살 일이다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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