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밭에 고추 꽃이 피고 있습니다.

고구마 잎도 우르르 올라옵니다.

 

봄 단식 엿새째.

대배 백배와 호흡으로 아이들과 아침을 열고,

홈페이지에 물꼬요새도 좀 올리고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학교를 구석구석 오가며

눈에 보이는 일들도 하고 잠깐잠깐 쉬기도 합니다.

간밤엔 게워냈더랬습니다.

십년이 넘는 오랜 단식에도 그런 일 없다가

지난 가을단식에서 어떤 이가 제안했던 소금물 관장 방식을 받아들여 해보고

아주 호되게 혼이 나며 게우고 또 게우던 일 있었습니다.

이번 단식도 사흘째부터 속이 좀 울렁거렸네요.

곡기를 끊고 보니 게운 기억을 몸이 먼저 했던 걸까요.

오늘은 생즙물을 준비합니다.

효소단식도 하는데, 과일로도 단식을 하던데,

생즙물을 몸에 넣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다 한발 물러나

속을 그리 가라앉히기로 합니다.

 

점심 저녁, 오늘은 만찬이 있었습니다.

음식을 하며 그 향으로 울렁이는 속을 다스리기도 하였네요.

기락샘도 들어와, 오늘도 식구들 풀이랑 씨름하고,

그늘에 들어서는 은행을 까기도 하였습니다.

힘 조절이 잘 안 되는 영빈이,

으스러지거나 안 깨지거나 한다고

고개 갸우뚱거리며 그 큰 덩치로 고 작은 열매를 까고 앉았더랬지요.

 

<차이와 반복>을 비롯해 한동안 질 들뢰즈의 책 몇 권에 허울텅거렸습니다.

사회과학서적을 읽던 시절 이후 이런 류의 책을 통 들여다보지 않다가

얼마 전 삶을 어떻게 긍정할 것인가에 대한 얘기들이 나왔던 참에

들먹여진 들뢰즈였더랬지요.

하여 지역도서관에서 몇 권을 가져다

딱히 집중해서 보는 것도 아니었는데,

예전엔 어느 하나 놓치지 않겠다고 전투적으로 보던 책이었으나,

이제 어쩌면 모든 일상이 그렇듯,

신문 읽듯 넘기고 있었습니다.

세상이 변했고, 나도 변했고, 시간을 우리 그리 흘러가고 있었던 겁니다.

 

‘... 이렇게 들뢰즈 철학은 존재론에서 정치 철학에 이르기까지, 삶을 부정하는 길을 차단하고, 삶을 제물처럼 바치길 원하는 초월적 원리들과 싸우는데 전념한다. 삶은 단지 살라고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지, 가책과 죄의식과 부정을 통해서 단죄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며, 저편 어딘가에 있는 최종적인 완성된 단계를 목적 삼아, 훈육 받으며 머무는 열등한 중간 기착지 같은 것도 아니다.’

철학교수 서동욱은 들뢰즈를 이리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삶은 단지 살라고 우리에게 주어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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