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뒤 회복식 사흘째.
이른 아침부터 생각난 시 하나를 시간가웃 찾다가,
잃어버린 게 어디 시이기만 하더냐,
역사도 잃고 사랑도 잃는데 그까짓 시쯤이야,
다시 하던 일을 하려 책상 앞에 앉은...
종일 달골에서 식구들 모두 청소에 매달렸습니다.
원래 계획은 오전에 끝내려했으나
여기 일이 어디 그렇던가요.
점심 먹고도 이어집니다.
현관문에서부터 창문과 창틀을 닦아내고,
각 방 베란다의 창과 틀, 구름다리 창과 난간, 거실 베란다,
묵은 먼지들과 거미줄을 떼고
욕실로 들어 수챗구멍도 후비고,
그리고 이불 빨래.
아이는 창고동 2층 방 커튼 봉도 달아 작은 벽걸이도 걸고,
구멍 숭숭한 방충망도 손보았습니다.
귀한 사람들 맞기 위한 준비쯤 되겠지요,
장마 오기전의 단도리일 수도 있겠습니다.
“너거 엄마, 니 온다고 창들도 다 닦고...”
‘무식한 울 어머니’ 제가 고향집 나타날 때면 그러는 줄을,
저는 몰랐습니다, 다른 어른이 그리 말씀해주시기 전엔.
오시는 분들도 그럴지라도
사는 우리가 당장 개운하잖아요,
사는 우리가 정리 좀 되잖아요,
그러며 구석구석 하는 청소였더랍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올라갔다가
이불들 수선을 위해 재봉질 필요해서 학교 내려가니
한 가족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른 식구들이 봤으면 약속 없이 뵙기 어렵겠다 보냈을 것이나
또 이리 얼굴 보니 예까지 온 그 마음이 헤아려져
마주 앉아 얘기도 하고 달골까지 동행.
아이랑 머물고 싶어 했습니다.
“일단 교류를 좀 가져보지요...”
저녁밥상을 9시에야 먹습니다.
저녁답엔 아이랑 푸닥거리 한판 있었습니다.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싶은 아이와
일이 너무 많은 일상이 늘 그리 부딪히지요.
해지고 어스름 저녁이 내리는 산그늘에서
우리 서로 힘이 들었던 겁니다, 꼬리를 문 일들이 많아.
그래도 서로의 처지를 헤아리니 후루룩 털고 다시 어둡도록 일하고 내려왔지요.
아이는 밤 10시가 넘어서야 악기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가끔 짠합니다.
하지만, 이 삶이 건강하다 믿기에 또 그리 산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