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2일, 새벽 세 시에 잠깬 아이들이 간 곳은

조회 수 1439 추천 수 0 2004.07.28 15:01:00

"옥새앰! 옥새앰!"
채규 목소리입니다.
시계를 찾으니 3시를 넘기고 있습니다.
뻔합니다.
화장실에 가려는데 신발을 못찾고 있거나겠지요.
며칠 전부터 밤에는 마루 귀퉁이에 불을 켜두기로 하였는데
누가 끄기라도 한 걸까요?
"누가 오줌쌌어요."
(누가 오줌 싼 것 같애요, 그리 말하지 않는 아이들입니다.
예의인 게지요.)
1시를 넘겨 잔 몸은 일어나지지를 않습니다.
"그러면 이불 꺼내고 자면 되지."
"그게 아니라요, 이불이 없어요."
벌떡 몸을 일으킵니다.
'맞아, 여분의 이불이 없잖아.'
여름날의 고단한 일로 드물긴 하나 오줌을 싸는 일이 없는 것도 아닌데다
신장기능에 문제를 안고 있어 늘상 이불이 젖는 한 아이가 있는데,
그걸 잘 수습해서 꺼내놓기에 더뎌
그만 이불이 주르르 네 장이나 젖은 걸 발견한 간밤이었습니다.
그러니 학교까지 가야할 상황이지요.
"있잖아, 같이들 깔거나, 바닥에 그냥 좀 자도 되지 않을까."
방문 다 열고 자는 이 밤이거든요.
요 없이 덮는 이불로 접어서 들어가도 되지 싶기도 했고.
저들끼리 어찌 좀 해보라 했습니다.
그런데 내내 복닥복닥거리데요.
도형이를 빼고 잠들이 다 깨버렸겠지요.
"풀 뽑으러 가자!"
그 서슬로 4시도 전에 이것들이 학교를 간다합니다.
날이 뿌예서 어둡다 할 것도 없었으니.
그리고 설핏 잠이 들었는데
이젠 일찍 잤던 여자아이들이 푸드덕거리는 소리입니다.
5시를 넘긴 시간이데요.
6시 어른들 모임에 건너오니
채규는 책방에서 쓰러져 자고
나머지 녀석들은 운동장 풀을 뽑거나
책을 읽고 있었더랍니다.
"아, 네시간만 내리 좀 잘 수 있으면 참말 좋겄다!"
그리 엄살을 떨지만
하하 이 재밌는 풍경 안에 함께 있는 즐거움이랑
그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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