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에서 돌아오니 학교 마당에 낙엽송 거목들이

대들보 감까지 쉰다섯이나 눕혀져 있었습니다.

지난 15일 강원도 양양 무운샘이 실어다 놓으셨다 합니다.

새봄에 토굴집이 될 것이지요.

그 무거운 것들을 부리면서 얼마나 욕들을 보셨을지요.

 

푸성귀들이 실하게 자라고, 열무는 다시 뿌려졌습니다.

별일만 없다면 6월 빈들모임께 김치가 될 것이지요.

소사아저씨는 연일 밭에서, 또 운동장에서, 본관과 꽃밭 사이의 통로에서

풀과 풀더미와 풀무데기와 풀더미랑 씨름하고,

마늘쫑을 뽑아 갈무리를 하고 마늘도 패놓으셨습니다.

 

아이는 11일 달날부터 17일 해날까지

남도의 한 농장에 손발을 보태러 다녀왔습니다.

일을 도우러 갔다지만 어른들한테는 아이 하나 건사하는 일 될 것이기에

가져갈 밑반찬을 바리바리 꾸려놓은 것을

가는 걸음에 면소재지 내려 택배로 부쳐놓고 갔더라나요.

14일은 아이 생일이었습니다.

함께 계시던 분들이 케잌도 사 주고 사춘기를 위한 책도 챙겨주셨다 합니다.

얼마나 많은 손들이 아이 하나를 키우는지요.

고맙습니다.

(그래도 어미 없는 티내느라 아이는 날적이에 이리 적고 있었습니다.

‘2~3시에 자서 7시에 일어나는 게 일상이다. 일어나선 쉴 틈 없이 일하고 밤엔 놀고...

졸려죽겠다. 일은 무지 많고, 그럼에도 영양보충은 안되고,

밤마다 파리가 얼굴에 앉아서 시도 때도 없이 잠을 깬다...’)

 

17일 돌아온 아이는

달골 햇발동 거실에 스미는 물이 현관까지 비어져 나온 걸 보고

공사를 맡았던 곳과 또 우리 일을 몇 해 해주고 있는 수도아저씨께 전화 넣어

사람들이 다녀갔고, 몇 가지 추측하는 원인을 알려왔더랬지요.

“아이, 속상해 죽겠다.”

와서 어미가 알아 할 텐데 저 혼자 안달이 나서...

성격입니다요, 성격.

 

많이 쇠약해진 뱀할아버지가 건너와 장순이랑 놀고,

할머니들이 가끔 오셔서 서성이고,

소사아저씨들도 더러 이웃 할머니 댁들을 들러 마루 끝에서 도란거리셨다지요.

 

20일, 아이는 빈들모임을 앞두고 학교를 청소하기 시작하고,

소사아저씨는 달골 마당을 예취기로 돌렸다 합니다.

 

다들 열심히 때마다 밥상도 잘 챙겨

냉장고를 여니 쟁여놓았던 반찬들이 굴었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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