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2일, 밤 낚시

조회 수 1564 추천 수 0 2004.07.28 15:02:00


"아 옥선생님, 2박 3일 갑니까?"
챙겨놓은 물건들을 보고 열택샘이 그랬더이다.
"아주 이사를 할라구요."
'낚시를 좋아한다'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낚시광인 제가
바람을 며칠 잡았더랍니다.
공동체에 머무는 마지막 밤은 바깥잠은 못자더라도
밤이슬 맞고 있어보자고.
황간낚시의 대표님이 낚시대 죄 빌려주실 수도 있다셨고.
실티라는 작은 저수지로 잡으려던 길을 좀 틉니다.
월출봉에서 누룩바위 마을로 이어지는 곳,
그 너출봉 아래 길되 낮은 댐이 있다지요.
날은 어두워오는데
야, 그 어스름녘에도 텔레비젼에서 봤다며 인사 건네는 강태공이 다 있대요.
한켠에서 낚시대를 드리우고
너른 자리에선 살림살이를 펴고
젊은 할아버지와 열택샘은 아이들이랑
작은 댐 아래로 물 넘쳐 튀어오른 피라미를 족대로 몰아댔습니다.
별 많은 여름밤 아니어도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풍경이더이다.
"혹시 교장샘도 오셨습니까?"
물꼬의 지지자 추수님을 게서 다 만났다지요.
한켠에선 공동체에서 먹기 힘든 라면도 끓여내고
전에 잡아서 얼려두었던 쏘가리로 매운탕도 끓이고
다른 한켠에선 버섯이며 감자며 구울 것들을 차렸습니다.
물소리는 내를 올라 우리를 휘돌고,
손톱달이 지고 별이 쏟아지는 밤,
졸리운 아이들은 바닥에 널부러져 남은 온기 위에 잠을 청하고
남은 아이들은 감자를 굽고 옥수수를 구워내느라
뛰던 걸음을 멈추고 불가에서 얘기꽃을 피웠습니다.
그렇게 설컹 한 밤을 넘어
돌아오니 자정도 지나버린 시간이었지요.
그래서 또 학교에서 자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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