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22.쇠날. 맑음

조회 수 993 추천 수 0 2012.07.02 16:02:16

 

‘...

다 큰 자식을 둔 은행장이 대출실적을 못 채웠다고 죽고

친구들 괴롭힘을 못 이기고 어린 학생이 죽고

생계가 어렵다고 젊은이와 노인이 죽고

보험금을 타겠다고 아내와 동생을 죽였다는 뉴스가

어제 오늘 계속 나와요.

 

우리는

정말 방향을 잃은 걸까요.’

 

벗 같은 후배의 메일을 읽습니다.

‘그리고, 삶은 계속되’는 거지요...

 

이른 아침부터 햇발동 데크 공사를 합니다.

썩어 무너져내린 몇 칸이 있었지요.

하필 드나드는 바로 중앙입니다.

목재를 사와서 직접 해야지 하다

밀리기만 하고 일은 되지 않기 여러 주,

브레멘 가기 전 연락을 해두었더랍니다, 목수 안명헌 샘께.

류옥하다랑 붓글씨 동문수학의 연으로 여러 해 고래방 마루 공사를 하셨던 분입니다.

현장에 가 계신 걸 겨우 말미 얻은 오늘이었고,

두어 시간 만에 일은 끝났습니다.

“재료비만 보내.”

늘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곳을 살리는지요.

몇 곳 못도 부탁드립니다,

여행지에서 챙겨온 물건 몇 걸려고.

“VIP가 오나보네...”

“정말 그러네. 맞아요. VIP야.”

당신께도 이생진 선생님의 시집 한 권 드렸습니다.

 

오전만 하자던 청소가 종일입니다.

안 하고 사는 것도 아닌데,

다른 빈들이라면 반나절만으로 달골 청소가 충분했을 것을,

귀한 분이 오시긴 오시나 봅니다.

여기를 치우면 저 구석 먼지가 보이고,

생전 눈이 안 가던 창고동 부엌문짝의 먼지도 보이고...

그런데, 해내야 하는 숙제로서이기보다 즐거운 설레임으로 움직이는 시간들이랍니다,

육사의 '청포도'처럼.

소사아저씨는 예취기를 돌리고,

다른 이들은 손으로 가까운 벽의 풀을 뽑고...

 

뉴시스 김기준 기자의 연락.

이번 빈들도 참석하겠다 한 참인 그는

청주 MBC의 한 프로그램에 주에 한 차례 나가 충북 소식을 전하는데

내일의 빈들모임, 그러니까 이생진 선생님 시낭송회 소식을 전하겠다 했습니다.

반가울 일입니다.

 

밤 9시에야 늦은 저녁을 먹었지요.

“내가 경주 가서...”

아이는, 우리 마늘도 안 뽑았는데, 거기 가서 마늘을 수확했다 합니다.

어미 없는 때 한 주를 거기 한 목장에서 일손을 보탰던 그이지요.

“거기 심을 때도 내가 심었는데...”

“내가 주부병이야, 주부병. 주부습진에다...”

남의 집 가면 거기 살림살이가 보인다나요.

이거 건사하려면 일이겠다 싶고,

그래서 뭐라도 도와야지 하게 된다고.

이곳 살림이 얼마나 많은 그의 손길로 이루어지는지 짐작하게 됩니다.

 

40여분 뒤 아리샘이 동석합니다.

실미도에서 행사를 끝낸 이생진 선생님을 인천에서 모셔오기로 하였으나

현승엽 선생님이 모시고 금산의 현선생님 댁으로 가셨다고.

거기서 하루 묵은 샘들을 내일 아리샘이 모셔오기로.

내일 내려오며 선생님들 모셔올까 했던 아리샘,

나선 걸음에 손 보탠다 일찍 들어왔네요.

 

자정 넘어 식구들은 들여보내고

아리샘과 둘이서 부엌 청소며 두어 가지 미리 할 반찬이며

이생진 선생님 맞이 걸개를 그립니다.

“야아, 우리가 언제 이런 거 해보고 안 했냐?”

“대학이후 첨이네.”

물꼬에서 행사 때마다 정말 많이도 그렸습니다.

“나 자신 없는데...”

“내가 밑그림 그릴게.”

그리고 날이 밝았고, 곧 아침 7시가 왔습니다.

눈 좀 붙여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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