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저녁에 포도 안준다!"
해가 숨을 좀 죽고,
젊은 할아버지가 물관을 끌어내 온 꽃밭에 뿌릴 때
심심한 류옥하다는 또 가만있지 못했겠지요.
저가 하겠다고 나서기도 하고
영철샘을 맴돌며 옷자락을 끌기도 했겠고...
그때 하신 말씀이랍니다.
무슨 포도?
해질녘 젊은 할아버지는
아주 까맣다할 순 없지만 제법 익은 꼴새를 갖춘
포도 한송이를 들고 마당으로 나오셨습니다.
밭을 돌아보는데 꼭 한송이 그리 매달렸더랍니다.
공동체 온 식구들이 둘러서서 꽃밭으로 껍질을 던지며
새그러워도 맛나다 아니할 수 없는
첫 수확물을 기쁨에 차서 먹었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