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장미 지고,

학교 마당을 들어서는데, 살구 하나 툭 떨어져 있습디다.

계절이 한 순간 그리 흘렀던 거지요.

사는 일이 다 그러할 것입니다.

우리, 시간을, 그리 지나가고 있는 게지요.

 

소사아저씨는 아침저녁 밭을 맵니다.

다른 식구들은 운동장 풀을 뽑지요.

그래도 표도 안 나는 그 초록의 서슬들이라니...

 

감자를 수확했습니다.

굵은 감자.

소사아저씨 욕 많이 보셨습니다.

삶아내니 포슬포슬 맑고 여린 속살들이 비어져 나왔지요.

싱싱한 것들이 갖는 경이,

감자가 오늘은 삶의 생기입니다.

 

해질녘, 아이가 좇아왔습니다.

새봄에 집 지을 통나무들을 저리 두어도 되겠는가,

계자에 운동장을 잘 쓰려면 자리를 차지하도록 둬선 안 되지 않겠는가,

아이는 애가 달았습니다.

나무야 비 맞고 마르며 재목이 되는 것이라 여겼는데,

아이는 양양의 구들연구소 무운샘께 전화 넣었지요.

장마에는 아무래도 덮어두어야 청태가 끼지 않는다셨답니다.

잘 갈무리하여 비닐을 덮어두자 하였지요.

아이랑 소사아저씨가 그 큰 나무들을 옮깁니다.

허드렛 나무들을 아래 받치고

통나무와 통나무들로 레일을 깔아

한쪽으로 굴러내고 있었습니다.

아, 저 아이 없으면 어찌 엄두를 냈을지요.

혼자 서럽다가, 자기 연민을 걷었더랍니다.

“나도 해야지 않겠어?”

“어머니야 밥상을 맛있게 준비해주시면 그게 돕는 거지요.”

절반쯤 하고 나니 어느새 어둑해지는 마당.

“비오기 전에 해야 하는데...”

언제쯤 다시 할 수 있겠는지 열심히 머리를 맞대봅니다.

내일과 모레는 지방에 수업도 가야 하고 수행모임도 해야 하니...

 

오는 29일 쇠날 11시, 충남대학교 사범대와 MOU체결이 있습니다;

교육·연구 협력학교 협약.

오늘 최종문구를 조율하고 확인하였지요.

그날 동행할 사람, 가리는 음식에 대한 질문을 보내온

행정실의 배려가 고마웠네요.

마음씀, 무슨 일을 하나 그리 해야지 합니다.

 

한밤, 종종거리는 삶 속으로 선배의 위로가 닿았습니다.

하루쯤 시간 내서 이번 학기엔 얼굴 한번 보자던 것이

그예 한 학기 다 보냈습니다.

계속 미안하고 있었지요.

드디어 올 상반기 주마다 쓰기로 한 글이 마무리가 되었으니

다음 주 달날 쯤엔 짬을 좀 낼 수 있으려나요.

‘세상과의 대결이나 본질과의 차가운 조우, 그 사이에 찍는 쉼표,

네게 그걸 주는 사람들도 있어야지.

세상에도 너의 틈은 필요하잖어, 절벽과 계곡 사이에 난 작은 협로.

네게도 그 틈이 있으면 좋겠다.’

마음을 담으면 모두가 시인이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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