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날마다 남도를 가면 장승학교에서 잠자리를 얻어잡니다.

경주를 돌아 고성으로 가지요.

일어나면 아침 수행삼아 이곳저곳 청소를 한답니다.

내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어,

몸이 건강하여 얼마나 고마우냐 하며 말이지요.

 

오늘 아침은 수행모임을 이끄시는 선생님과 함께 오래 차를 마셨습니다.

“물어 볼 건 없고?”

그러게요, 그게 말이지요,

별 궁금한 것도 없고 별 답답한 것도 없이

그저 나날을 시이거니 나날을 수행이거니 하고 산지 수년,

그저 차만 마셨답니다.

오랫동안 안내자 없이 공부를 해왔습니다.

어디가 길인지 어디가 둠벙인지도 모르고

그저 이리도 해보고 저리도 해보며 지나온 세월이었지요.

배움, 배로 움이 튼다는 그 배움을

비로소 스승을 만나 나로 비상하는 나비가 될 수 있을는지.

 

달골에 물을 뺐습니다.

햇발동 거실은 아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원인 분석을 위해 아예 전체 물을 뺀 게 어제 아침,

오늘부터는 학교 본관 수행방에 잠자리를 놓았습니다.

아이는 제 잠자리를 가지런히 한 다음

어느새 어미 잠자리까지 마련해두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복이 많은 생을 건너가고 있습니다.

 

성미산마을학교 7학년, 이제 8학년 된 아이들,

지난해 봄학기를 이곳에서 보냈던 그들이

그 추억을 안고 방문을 하고프다 연락해왔습니다.

지난 겨울도 다녀가고자 하였으나

이 산골의 고단한 겨울은 차마 오라 소리 못하지요.

여름, 다시 그들의 요청이 왔는데,

계자 전 준비이며 달골의 어려움(햇발동 거실 누수)으로 가능할는지.

그나저나 고마울 일입니다,

기억하고, 찾는 것.

 

오늘은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대전을 건너갔습니다.

정옥환 선생님이 류옥하다 선수 고기를 사준다고 부르셨지요.

채식을 하는 어미를 두니 고기가 자주 고픈 아이인 줄 아시는 게지요.

가객 현승엽샘이 함께 하셨습니다.

금산의 현선생님 댁에 정옥환 선생님이 가 계셨던 참.

참 많은 사람들이 아이 하나를 같이 키워줍니다.

우리 생이 고맙고 감사한 일들로 늘 눈물겹지요.

산골에서 나날을 살아내는 일이 기적이라는 제 말에는

이 산골 삶이 가능하게 하는 여러 손발들과 마음에 대한 감사가 있는!

 

오늘 인천의 아리샘으로부터 온 등기가 있었습니다.

보내기로 한 것만 달랑 보내기 아쉬워 메모 한 장 썼다지요.

프랑크푸르트와 스톡홀름에서 보낸 엽서가 이제야 닿았다고,

그리고 우체국 창가에서 영동을 그리며 만년필로 메모하는 풍경이 좋지 않은가,

그리 쓰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이 또한 얼마나 많은 우리 생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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