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3.불날. 해 반짝

조회 수 1001 추천 수 0 2012.07.08 12:24:33

 

오늘 콩을 놓았습니다.

꼭 그 ‘때’가 아니어도 이것저것 해보는 거지요.

지금도 더딘 콩을 심는 이가 있다 했으니

우리도 씨앗이 있어 넣어보았답니다.

 

특수학급 지원수업 문제로 여러 사람들과 늦도록 통화가 이어진 밤.

담임 부재의 다음 학기,

초등 특수학급을 맡아달라는 부탁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 학교에 두어 해 신세를 진 적이 있습니다.

사람 사이 의리를 중히 여기지요.

어려운 시간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고 도움을 주었던 이들,

어려울 때 받은 도움이 있으면

잊지 않고 상대가 어려울 때 더욱 도울 수 있어야지요.

그간 두어 차례 지원수업을 가기도 했는데,

그때는 짧은 날이어 무리일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길게는 한 학기, 짧게는 60일을 지원해야 합니다.

뭐 다른 선생을 찾아 보내면 될 일인데,

문제는 가을학기라는 것.

봄학기에 기간제 교사나 임시 일터에서 일을 하다가도

가을이면 다들 임용을 준비하느라 대체교사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그것도 두어 달 기간제는 도저히 구해지질 않는 때이지요.

이리 되면 영락없이 물꼬에서 가야 합니다.

원하는 곳이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나

저간의 사정이 쉽지가 않은 거지요.

초빙교수 건도 있고, 9월의 티벳 길에 오르는 계획도 있고...

다행히 한 대학의 초빙교수 건은 한 학기를 미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선준님이며 종식님이 함께 공부했던 특수교사들에게

두루 연락을 하며 애써주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가까운 가정에 아이가 세상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간간이 물꼬랑 좋은 연이 이어지던 부부입니다.

배가 불러오기 시작할 때 누구보다 제일 먼저 인사하고프다 연락 왔댔으나

밥 한번 같이 먹을 짬을 내지 못하다

집들이도 하지 않고 방문자도 없던 집에 초대를 해준 정성에

오늘은 그예 찾았더랬지요.

“친정 엄마 같애요.”

친정 식구이기라도 한 것처럼 냉장고의 시든 것들을 치워내고

얼려두었던 것들도 국을 내고 샐러드를 하고 겉절이를 밥상에 올립니다.

아이를 같이 맞는 일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 함께 할 것만 같은 예감,

그 아이가 준 선물일 테지요.

이렇게 또 우리가 살맛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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