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잡아먹은 지는 오래

마을까지 먹어치우겄다,

억수비 내렸습니다.

갈수록 세차게 내렸습니다.

그예 목공실은 비가 새고,

고인 비닐 천장을 털어주었지만 다시 그 무게를 이기 못하고

지쳐 철퍼덕 밭고랑에 앉은 울 할머니의 엉덩처럼 되었더랍니다.

밤이 오자 비는 천둥을 귀에 쏟고

번개로 눈을 자주 놀래켰네요.


수행모임과 장애아재활치료센터를 돌아

마을로 들어옵니다.

외사촌 동생이 전화를 했습니다.

퍽이나 오랜만입니다.

우리들의 아비들이 교사이거나 교수였던 어린 날

방학이면 외가에 모여 여러 날을 함께 보냈습니다.

나이 스물 지나 가끔 이모를 뵈러가서야 그 편에 소식을 듣거나

아주 가끔씩 잊히지 않을 만치 전화가 닿고는 하였지요.

“한별이가 1학년이야.”

큰 아이들은 훌쩍 컸고,

막둥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며 다시 학부모가 된 그이지요.

아이를 키우며 사람들은 그렇게 한번쯤 물꼬를 생각하나 봅니다.

“밥 바라지나 좀 하지.”

척척 음식을 잘도 하는 그.

“그런데, 우리 어릴 적 외가보다 더 불편한 산골살림이야.”

주말에 일단 들린다 하였습니다.

여름 첫 일정 밥바라지가 걱정이고 있던 참이었지요.


이제는 농사도 잃거나 잊은 할아버지들 몇,

운동장 가의 나무 그늘 아래 서성이다 떠나 영영 돌아오지 않거나

무료하기 이를 데 없는 얼굴로 아직 개집 둘레를 걸어보고는 하지요.

처음 이 마을 들어서던 15년 전,

팔팔하게 대접술을 같이 마셔대던 어르신들,

내 나이 잊어도 당신들은 그리 세월을 얹고 계셨더랍니다.

“술 한 잔 하셔요.”

오늘은 뱀할아버지가 학교 마당을 들어서셨지요.

한때 그토록 좋아하셨던 술은

이제 겨우 목에 한 모금 넘기신다나 만다나.

시간을 사람만 그리 지나나 봅니다요.

내 늙음도 그렇게 올지니.


에고! 새들이 콩을 죄 먹어치웠습니다.

어찌 그리 알고 흙을 파내는 걸까요.

아무래도 포트에 심어 모종을 내야할 모양.

반은 저 먹고 반은 사람 먹고 하면 될 걸,

어째 그리 깡그리 다 먹었더랍니까.

소사아저씨 콩 바구니를 들고

모종 포트들이 있는 우물가 비닐하우스깨로 가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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