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14.흙날. 밤비 쏟아지는

조회 수 1140 추천 수 0 2012.07.21 03:09:37

 

나라가 다 물에 둥둥 떠다닐 거란 예보대로

곳곳에서 침수소식이 있었다는 밤,

여기도 비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 속에도 평상 위로 천막을 치고 밤새 부르는 노래들과 놀이가

얼마나 운치들이 있던지요.

야삼경 지나서야 모두 잠자리로 갔답니다.

 

오늘은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머물렀지요.

새벽엔 전영호님과 최효진님이 예취기를 들고 왔습니다.

계자 전 풀 한 번 다스려준다던 걸음이었습니다.

지난 여름도 그러하였던 당신들.

달골을 예쁘게 손질했고,

그런데, 운동장을 베고 있을 적

뜻밖의 연락이 닿아 손을 놓아야했네요.

“마무리 다하고 가야는데...”

아이고, 충분해요, 충분합니다.

고맙습니다.

 

안에서는 식구들이 청소를 합니다.

아이는 교실과 복도 사이 창문의 방충망에 낀 먼지를 닦았지요.

복도 천장의 벗겨져 나부끼던 페인트 조각들도 뜯어내고

거미줄도 걷었습니다.

그래도 이 여름 거미들은

그들의 삶을 질기게 이어갈 것이고

우리는 계자 직전에 다시 거미줄을 정리해얄 것입니다,

우리는 또 우리의 삶을 살아야 하니.

 

마을 어르신 윤상언 할아버지 건너오셨습니다.

얼마 전 아이는 뇌졸중으로 꼼짝 못하는 그 댁 할머니를 위해

수박을 보냈더랬습니다.

“전화를 안 받아서...”

교무실 전화는 자주 저 혼자 돌아가지요.

“뭘 굳이 또 인사까지 오셔요?”

오신 걸음이니 술을 한잔 내었지요.

 

오후, 광평농장의 조정환 선생님과 현옥샘, 그리고 용재님도 왔습니다.

필요한 땅이 있어 둘러보러 오신 걸음.

이웃 봉길샘도 내려와 자리 함께 했습니다.

마을 소식들을 그 편에 또 듣고.

저녁들을 푸짐히 같이 했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주말을 지내러온 손님들이 있었지요.

오랜 물꼬의 논두렁이고 선배인 상찬샘,

그 가족들이 7월 지나면 미국으로 삶터를 옮긴다고

지인 대여섯 가족들이 모였더랬네요.

책방 앞 평상 위로 천막도 치고,

피워 올린 숯불 위로 장어와 고기와 새우,

그리고 버섯이며 야채들이 구워졌더랍니다.

아, 비 흩뿌리는 속에도 계곡 가서 한바탕 물바탕.

그리고 밤새 얼마나 예쁘게들(?) 놀던지요.

비가 쏟아지는 천막 아래서 가끔 처지는 물을 들어올려 빼가며

빗소리 얘깃소리 노랫소리 어우러지던 아, 그 푸진 풍광!

 

“아이! (화장실을) 어떻게 가?”

때로 말하는 이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이곳의 여건이 마치 내 잘못에 대한 비난으로 들리고는 합니다.

에고, 이 낡은 산골살림이라니.

그러나, 저는 이곳에 사는 것이 고맙습니다,

이 자연이, 이 물꼬가.

오가는 이들을 통해 결국 자신을 만나지요,

내가 견딜 수 없는 것, 내가 선호하는 것,

다 보입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수행이 어디 따로 있겠는지요.

그리고, 실수는 언제나 생각보다 빠릅니다.

자주 실수하고 자주 그걸 알지만

언제나 반복하기 일쑤.

그렇게 보이고 또 보입니다.

고마운 삶입니다.

 

kbs 생생정보통 ‘인생 2막 자연에 산다’ 촬영 이틀째.

산골 사는 열다섯 류옥하다가 주인공.

그 속에도 이곳 삶은 늘처럼 바삐 흘러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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