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16.달날. 개었다 저녁비

조회 수 1070 추천 수 0 2012.07.27 23:57:41

 

거미들이 이 여름 어찌나 바쁜지.

자주 그들이 저를 잡고는 합니다.

걷으면 어느새 또 구석구석 친 거미줄,

그것이 낡은 살림을 더 낡게 하는 것만 같아

또 일삼아 온 학교를 돌며 걷었지요.

계자 앞두고 청소 다시 할 것이나

미리 준비를 더는 일이거니 하며

흙집 씻는 곳이며 두루 손님맞이 했더랍니다.

 

물기를 닦고 서둘러 역에 갑니다.

남도의 집안 어르신 오셨습니다.

밑반찬을 바리바리 짊어지고, 옥수수까지.

그렇게 일을 덜어주십니다.

항아리 열어 된장을 가르고,

볕이 좋지 않았던 날들이어 간장은 가마솥에서 달여 냅니다.

가마솥이 걸린 뒤란 풀을

죄 뽑아주기도 하셨지요.

쳐다만 보고 손이 못 가던 일들.

 

오후 차로 열 댓 우르르 왔습니다.

작년 봄학기를 여기서 보냈던 7학년들이 8학년이 되어

사흘 머물다 가기로 했지요.

공사며 계자며 오가는 사람들이며로 수선한 때라 담을 기약하자 했지만

대해리 들머리 민박집이라도 들어간다 하기

여기까지 와서 그게 뭐냐고

그 돈 물꼬나 보태라며 학교 들어와서 있다 가라 했습니다.

무엇보다 물꼬에는 늘 손 보태러 간다는 마음으로들 오지

놀러온다고 아이들이 우르르 오는 일은 없기에

낯선 풍경이기도 하여 말린 면도 없잖지요.

그러니까, 물꼬의 뜻 아래 있는 아이들이 아니라

그저 지난 봄학기의 인연으로 온,

다른 학교 아래서 그저 바깥나들이를 한,

그러니까 물꼬의 이름으로 모이는 아이들과는 달랐던 거지요.

해서 다시 볼 일이 있으려나 싶더니 그리 만났더랬네요.

무리한 상황 속으로 와서 가벼운 마음이지 않더니

아이들 얼굴 보는 순간, 아, 어찌나 반갑던지.

함께 한 시간들, 정이 무섭습니다.

저들끼리 해먹는다 하나

후다닥 들어가 같이 차려내 저녁을 먹었지요.

지난 시간들을 되새기며 좋은 시간이길.

 

학교 메일함을 정리하다

미룬 메일, 혹은 미처 챙기지 못했던 메일들에 답장을 보냅니다.

감사 편지 하나; 지난 여름 청소년계자를 다녀간 아이들의 어머니,

아이 초등입학을 위해 몇 년 몇 월 며칠 다녀갔더라는 얘길

그제야 들었지요.

그리고 세월 지나 지난해 그 아이들 고교생이 되어 청소년계자에 왔던 것.

청소년 계자에 참여하길 정말 잘했다더라며 고맙다는 인사에

역시 그 감사함을 이제야 전했습니다.

 

찬일샘의 편지도 숙제처럼 있었습니다.

늘 건강한 젊음이 우리에게 주는 것을 상기시키는,

그 대표격의 이름,

짧은 몇 줄로 마음이 안 돼 바쁜 틈에 늘 밀리다

이제야 답글을 보냈네요,

그런 젊은이가 물꼬랑 함께 해서 기쁘고

그런 날들을 또 기다린다는.

고마운 연들이 이곳에 얼마나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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